세계 한국학 전문가 6인 한자리에서 ‘한국과 나’ 인연 털어놔… “한류는 대단한 현상”
입력 2011-07-07 21:20
한국이라는 나라를 만나게 된 길은 제각각이었다. 그들을 매료시킨 한국의 모습도, 매진하고 있는 학문 분야도 달랐다. 미국 인도 이탈리아 중국까지 3개 대륙, 4개 국가에서 온 이들 6명의 중진 학자들은 한국학 분야의 ‘뜨는 스타’들이다.
빅터 차(50)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과 데이비드 강(46) USC 한국학연구소장은 미 학계에서 매파와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한반도 전문가들이다. 로버트 버즈웰(58) UCLA 아시아언어 및 문화학과 교수는 한국불교 연구로 유명하다. 한국정치 전문가 안토니오 피오리(39) 이탈리아 볼로냐대 정치학과 조교수와 중국 최대 한국학대학을 이끌고 있는 니우린지에(46) 중국 산둥대 한국학대학원장도 있다. 비자얀티 라가반(54) 인도 네루대 한국어과 교수는 인도 한국학을 개척한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모이기 어려운 6명의 한국 전문가들이 7일 오전 한자리에 모여 ‘한국과 나(Korea and I)’라는 제목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아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학 학술대회 ‘2011 KF Assembly’의 첫날 행사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데이비드 강 소장에게 변수는 가족이었다. 강 소장 아버지 고향은 평안북도 정주. 강 소장은 “1948년 월남한 아버지는 고향 얘기를 많이 했다. 나는 그걸 들으며 자랐다. 한국에 사는 큰고모를 방문했던 87년도 역시 잊지 못한다. 그때 한국인과 한국이라는 나라 전체는 (민주화 시위의)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빅터 차 소장의 인생을 바꾼 건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였다. 차 소장은 “한 교수가 당시 초빙교수 자격으로 컬럼비아대에서 한국 외교정책에 대해 강의했다. 딱 두 번 강의를 듣고 (한국학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니우린지에 원장은 83년부터 6년간 북한 김형직사범대에서, 다시 94년부터 6년간 성균관대에서 공부한 경험을 전했다. 안토니오 피오리 교수는 “논문 지도교수가 왜 (한국정치처럼) 어렵고 안 알려진 분야를 하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한국이 내 미래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류가 한국학 확산을 돕는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니우린지에 원장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려고 한국어를 배웠는데 지금은 입학생의 30% 정도가 한국 대중음악과 영화를 좋아해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한류 팬들”이라고 전했다. 빅터 차 소장도 “한류는 정말 굉장하고 대단한(tremendously significant) 현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만 해도 경이로운 성취다. 세계 어떤 중간 국가(middle power)도 자기 체급 이상의 펀치를 날리는 문화를 가진 나라는 없었다. 앞으로 한류를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