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백태… 2군부터 국가대표급까지 망라, 연루되면 회유·협박 끌려다녀
입력 2011-07-07 18:34
러시앤캐시컵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드러난 축구계 도덕적 해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검찰은 프로축구 정규리그를 정조준한 수사를 통해 국가대표급 선수를 비롯한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 46명의 승부조작 혐의를 밝혀냈다. 검찰 조사 결과 5개월 동안 계속됐던 K리그 승부 중 15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을 정도로 ‘검은 거래’가 프로축구계에 만연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창원지검에 따르면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국가대표급에서 2군 선수들까지 망라됐으며 연봉이 많고 적음에도 관계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행해졌다.
승부조작은 브로커 역할을 하는 몇몇 선수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브로커는 선후배 관계를 악용해 주요 선수들을 승부조작에 가담시켰고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넸다. 일단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가담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굴복, 악행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끌려 다니는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적발된 선수들은 승부조작 기여 정도에 따라 브로커들로부터 1명당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3100만원까지 받았다. 골키퍼와 수비수, 공격수, 미드필더 등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브로커의 포섭 대상이었다. 국가대표 출신 최성국은 2차례 승부조작 경기에 가담해 4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승부조작 제의와 함께 돈을 받았으나 돈을 즉시 돌려준 것으로 알려진 올림픽 대표팀 주장 홍정호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구단은 경남FC과 제주유나이티드, 인천유나이티드 등 3개 구단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칼날은 승부조작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된 경남 창원을 비롯한 전국 4개의 폭력조직도 겨냥하고 있다.
폭력조직들은 전주들로부터 돈을 투자받아 브로커 선수들에게 전달했고, 가담했던 선수들을 협박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 폭력배들은 현재 상무에 소속된 한 선수에게 “가담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수법을 사용해 8000만원 상당을 갈취하기도 했다. 수사 결과 한번의 잘못된 생각으로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선수들은 깊은 범죄의 수렁에 빠진 채 허우적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브로커와 연계된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선후배 선수들을 승부조작으로 끌어들이는 행각을 거듭했고 판은 더욱 커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