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직장여성 절반 비정규직 남녀차별 여전… 10명 중 1명 성추행당해
입력 2011-07-07 18:23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목적으로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 지 올해로 100년이 된다. 하지만 남녀차별의 보이지 않는 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발족한 유엔 여성국이 6일(현지시간) 전 세계 여성의 권익 실태에 대한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 여성의 절반은 비정규직 형태의 불안한 고용에 시달리고 있다. 또 10명 중 1명이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칠레 첫 여성대통령이었던 미첼레 바첼레트 유엔 여성국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의 목표는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데 있다”면서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에서 여성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127개 국가에서는 부부 강간을 범죄로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부부 사이에 강간이 성립한다는 첫 하급심 판결이 있었으나, 아직 확정 판결은 나지 않았다. 우리 대법원도 이전까지는 부부 사이에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61개 국가에서는 낙태에 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형법에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전 세계 직장 여성의 53%에 해당하는 6억명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 급여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10∼30%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한 여성에 대한 성범죄 역시 전 세계의 공통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57개국에서 이뤄진 성범죄 관련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은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추행을 당한 사람 중 이를 경찰에 알리거나 외부 기관에 고발한 사람의 비율은 11%에 그쳤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