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는 2011년 시즌도 ‘괴담’에 떨고있나… ‘내려갈 팀 내려간다’ 김재박 예언 4년 적용
입력 2011-07-07 18:11
프로야구계에는 유명한 명언들이 많다. 이 중 LG 팬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 말은 지난 2005년 당시 현대 김재박 감독이 약체였던 롯데가 5월에도 상위권을 유지하자 그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 것부터 시작된다. 이 예언은 당시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며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이 불똥이 갑자기 LG로 튀었다. LG가 2000년대 후반까지 하위권 팀의 대명사였던 ‘엘롯기(LG 롯데 KIA)’의 한 축인데다, 그 명언의 당사자인 김 전 감독이 2007년부터 지휘봉을 잡았지만 김 전 감독마저 3년 동안 팀을 상위권으로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LG는 팀 최초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얻으며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명언은 팀을 얽매는 족쇄가 됐다. 지난해에도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선수들의 잇단 항명 파동과 부상 등으로 6위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LG는 올 시즌 이 같은 불명예를 떨치기 위해 몸부림쳤다. 스프링캠프에서 여느 해보다 더 많은 훈련을 소화했고, 활발한 트레이드로 선수층도 더욱 탄탄해졌다. 선수들의 태도에서도 과거 ‘겉멋’만 내는 풍토가 많이 사라졌다. 한 선수는 “정말 이번 겨울에 훈련한 게 아까워서라도 상위권으로 올라가겠다”고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시즌 뚜껑이 열리자 LG는 무섭게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이적생 박현준과 외국인 투수 듀오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해줬고 이병규, 박용택, 조인성으로 대표되는 타선 역시 리그 최강을 자랑했다. LG는 6월까지 계속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9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LG는 지난달 17일 잠실 SK전에서 마무리 임찬규가 4연속 볼넷을 내줘 역전패 한 것을 계기로 불펜이 붕괴돼 최근 5경기에서 1승5패라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결국 5위 그룹과 3∼4게임차까지 따라잡히며 팬들은 또다시 이 명언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6일 선발 요원인 박현준을 구원으로 쓰면서 연패를 끊었다”면서 “이런 변화가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