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에너지 절감 앞장서 창조질서 보전 “친환경 십자가 설치합시다”

입력 2011-07-07 18:09


“만물의 화해자 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불빛을 부끄럽지 않게 밝히도록 친환경 십자가를 설치합시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사회봉사부와 사단법인 한국교회환경연구소(이하 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후 붕괴 시대의 친환경 십자가 워크숍’이 7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에너지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창조질서 보전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친환경 십자가의 개념과 설치 방법을 전하기 위한 자리였다.

총회 환경보전위원인 유미호 연구소 실장은 친환경 십자가를 “LED 조명을 사용하고, 태양광전지판·풍력터빈 등으로 직접 생산한 전기로만 불을 밝히는 십자가”라고 규정했다.

유 실장은 “높이 2m, 폭 1.5m의 네온 십자가 하나가 시간당 평균 1.5㎾로 하루 8∼10시간 켜놓으면 한 달에 약 300㎾를 사용하게 된다”면서 “이는 한 가정이 한 달 사용하는 전력이자 이산화탄소 127㎏를 배출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전국 6만개 교회로 환산하면 연간 9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유 실장은 “대신 네온 십자가의 10%도 안 되는 전력으로 불을 켜는 LED 조명 십자가로 교체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햇빛과 바람, 즉 태양광 전지판과 풍력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충당하자”고 권고했다. 교회가 이 같은 실천에 나서면 성도 개개인이 각 가정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십자가에 LED 조명을 쓰는 청주 쌍샘자연교회(백영기 목사)와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서울 봉천동 광동교회(방영철 목사) 사례가 소개됐다. 백 목사는 “4년 전 종탑의 네온 십자가를 LED로 바꾼 이후 전력 소비가 줄어든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빛의 확산을 돕는 덮개 덕분에 벌레에 의한 고장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2007년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에 교회 비용 580만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기를 교회에 설치했다는 방 목사는 “햇빛이 좋은 날은 하루 10㎾의 전기가 생산된다”며 “교회에서 전량 사용한 뒤 남는 것은 한국전력으로 공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윤이 남을 정도의 경제성은 아니지만, 지역주민들에게 환경 보존에 교회가 앞장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소장인 이화여대 장윤재 교수는 “인류가 고안한 가장 가혹한 처형 도구였던 십자가를 예수님께서 뜨거운 사랑과 구원, 평안의 상징으로 바꾸셨는데 우리는 이제 녹색 십자가, 생태적 십자가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자”고 권고했다.

연구소는 친환경 십자가 시범 설치 교회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선정된 교회는 십자가 조명을 LED로 바꾸고 태양광·풍력·자전거 발전기 각 1대씩을 설치하게 된다. 십자가 크기와 전력 공급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450만∼550만원을 부담하면 된다(02-711-8905).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