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꿈을 이루다] 좀처럼 감정 표현 안하는데… 이건희 왜 눈물 쏟았나
입력 2011-07-07 18:42
공개적인 장소에서 좀처럼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지 않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울었다. 노태우 비자금사건으로 재판정에 서고, 삼성특검에 소환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던 그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평창’ 한마디에 얼굴을 실룩거리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냉정한 승부사로 칠순을 살아온 대한민국 최고 갑부에게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그만큼 벅찬 감동이었다.
“겉으로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지 ‘나홀로 사면’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겁니다. 두 차례나 실패한 평창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경우 사면을 시켜준 이명박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면목이 없었겠죠.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했다는 생각에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 겁니다.”
언론을 통해 이 회장의 눈물을 본 어느 재계 관계자의 해석이다.
이 회장은 IOC 위원이지만 후보도시 소속 국가 출신이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투표장까지 찾아가 ‘유권자’들의 손을 잡고 막판까지 지지를 호소했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실시된 개최지 결정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투표연습을 하고 있는 IOC 위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 유치위 관계자 중에서 이 회장이 유일했다.
지난달 29일 남아공 더반 IOC 총회장으로 날아간 그는 매일 6, 7명의 IOC 위원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미 여러 차례 만난 위원들도 있었지만 다시 한번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 이 회장도 평창이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귀국하는 대로 동계스포츠 종목의 경기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