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신록을 보며

입력 2011-07-07 18:01

박재삼(1933∼1997)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바닷가에서 자라

꽃게를 잡아 함부로 다리를 분질렀던 것,

생선을 낚아 회를 쳐 먹었던 것,

햇빛에 반짝이던 물꽃 무늬 물살을 마구 헤엄쳤던 것,

이런 것이 일시에 수런거리며 밑도 끝도 없이 대들어오누나.

또한 이를 달래 창자 밑에서 일어나는 미풍

가볍고 연한 현기증을 이기지 못하는구나.

아, 나는 무엇을 이길 수가 있는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박재삼은 1936년 가족과 함께 경남 삼천포시에 자리를 잡는다. 46년 삼천포초등학교 졸업 후 3000원이 없어 삼천포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삼천포여중에 사환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시조 시인 김상옥 선생을 만나 시 쓸 결심을 한다. 지들끼리 좋아서 시시덕거리던 여학생 앞을 지나며 현기증이 일어 발이 어디에 떨어지는지 모르게 떨렸다는 생전의 말은 이 시의 현기증과도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부끄럼 타는 마음. 그것을 시인은 ‘물기가 있는 정서’라고도 했다. 신록 앞에서 사람으로 사는 일은 이렇게나 부끄럽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