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꿈을 이루다] IOC위원들 마음 빼앗은 ‘평창의 두 여자’ 김연아·나승연
입력 2011-07-07 18:41
‘PT(프레젠테이션)의 여신이 세계를 홀렸다.’
강원도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에는 미모의 ‘투톱 콤비’ 역할이 컸다. 주인공은 ‘피겨여왕’ 김연아(21·고려대) 선수와 나승연(38)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이다.
일약 ‘국민자매’로 떠오른 두 사람은 7일 오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PT에서 빼어난 미모와 유창한 화술로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강원도 평창으로 가져오는 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다섯 번째 연설자로 나선 김 선수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자신의 삶과 꿈을 설명하며 IOC 위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 진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경쾌하고 발랄하게 꿈을 이야기하는 ‘스마트 평창’ 이미지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발표자로 호명될 때 휘파람 소리가 들렸듯이 김 선수는 누구나 호감을 느끼고 때로는 경외하는 ‘피겨여왕’이었다.
독일 뮌헨이 왕년의 ‘피겨의 전설’ 카타리나 비트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새로운 여왕의 마법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 주제로 삼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의 논리도 최고의 운동선수인 김 선수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선수권대회, 밴쿠버 올림픽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이룬 그가 새로운 꿈이 있다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겨울 스포츠의 볼모지에서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피어난 김 선수는 척박한 환경에 꿈을 주는 희망 전도사로서 평창의 꿈을 이루게 했다. 평창 유치에 성공한 뒤 눈물을 쏟아낸 그는 “유치활동 과정에서 나의 실수로 큰일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평창 PT의 시작과 끝을 맡은 나 대변인은 우아한 미모와 매끄러운 연설로 IOC 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나 대변인은 “매번 실망한 후에 우리는 다시 털고 일어나 재정비하고 여러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며 “실수를 통해 교훈도 얻었다”고 10년이 넘는 평창의 도전사를 설명했다. 원어민에 가까운 유창한 영어와 프랑스어를 혼용해 IOC 위원들에게는 한층 호소력 있게 들렸을 법했다.
나 대변인은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인물이지만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유명인사에 속한다. 작년 4월 평창 유치위 대변인으로 채용된 그는 1년 넘게 각종 국제 행사에서 평창 알리기에 앞장섰다.
아리랑TV 앵커 출신인 나 대변인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재원이다. 케냐 대사와 멕시코 대사 등을 역임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캐나다, 영국,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혔다고 한다. 나 대변인은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서 1년간 근무했지만 1996년 아리랑TV가 개국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채 1기로 입사해 4년여 동안 방송 기자로 활동한 뒤 유치위의 입으로 변신했다.
평창의 유치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린 나 대변인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발표하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갑자기 IOC 현지실사 때 간절하게 소망하던 평창 주민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PT의 여신에 IOC 위원들이 홀려 강원도 평창이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자매’를 극찬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