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꿈을 이루다] “MB, 막판 바람몰이로 최소 10표는 가져왔다”
입력 2011-07-07 21:10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는 당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98명 투표에 최소 48표, 최대 64표를 예상했으나, 95명 투표에 63표라는 사실상 최대치를 이끌어냈다. 청와대와 정부, 유치위의 치밀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7일(한국시간) “두 차례 실패 원인을 하나하나 모두 검토했고, 110여명의 IOC 위원 전원에 대한 인맥과 성향을 정리한 개별 파일까지 만들었다”며 “이 파일들을 크로스체크하면서 설득 작전을 짰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조양호 위원장 등 유치위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물밑 작업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이 회장은 전 세계를 돌며 IOC 위원 80여명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자크 로게 위원장이 1차 투표 결과를 받아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 순간 60표가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창이 뮌헨(25표)과 안시(7표)를 합친 것의 두 배 가까운 표를 얻은 것은 부동표 대부분을 흡수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대통령의 ‘막판 바람몰이’도 압승 요인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당초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유치위 요청으로 하루 앞당긴 2일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더반 체류 3일 동안 하루 10여명씩, 모두 31명의 IOC 위원을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IOC 위원 접촉을 통해 최소 10표는 더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경쟁국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결국 더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이 대통령의 움직임은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수반이 움직이면 아무래도 효과가 다르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유치가 확정된 뒤 유치위가 있는 더반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더반에서 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대통령이 어떻게 저렇게 다니느냐고 할 정도로 돌아다녔다”며 “(취임 이후) 한 나라에 이렇게 오래 있었던 일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두 번째 순방국인 민주콩고로 떠나기에 앞서 남긴 메모에서 “정말 기쁘다. 이곳에 온 이후 모처럼 잠도 잘 잤다”며 “대한민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도 세이크 아마드 알 파하드 알 사바 회장 주도하에 한국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OCA는 지난 두 차례 투표에서 한국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더반=남도영, 김현길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