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두려움을 갖고 걷는다, 길 이기에…
입력 2011-07-07 17:36
로드 / 테드 코노버 / 24세기북스
길이란 무엇인가. 길은 이윤과 전쟁의 승리, 모험과 생존을 위해 달려온 인간의 발자취를 담은 역사적 산물이다. 이 때문에 길은 인간에게 생명이자 죽음이자 희망이자 두려움이었다. 이처럼 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속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던 중요한 그 무엇이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로 유명한 테드 코노버(53)가 인간은 왜 길을 만들었고 길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를 고찰한 책 ‘로드’가 국내 출간됐다. 코노버는 길이 인간에게 끼친 숱한 악영향을 거론하면서도 길을 인류의 진보를 이끈 주역으로 여긴다.
“길의 악영향을 일일이 열거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와 자동차가 없다면 인류의 모든 진보와 경제 활동은 멈춰서고 말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 가야하고 엄마와 아빠는 직장에, 시장에 가야 한다. 길은 인간 세계의 혈액순환계다. 그 길이 우리를 인도하는 곳은 어디일까?”(19쪽)
코노버는 개발과 환경, 고립과 진보, 군사 점령, 질병의 전파, 사회적 변화, 그리고 도시의 미래라는 테마에 맞춰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여섯 개의 길을 탐험한다. 희귀한 마호가니 화물의 여정을 추적한 페루의 아마존 강 유역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히말라야의 얼음길 차다르에서는 자유와 변화를 향한 열망을 발견한다. 또 에이즈로 얼룩진 케냐의 고속도로와 증오로 점철된 이스라엘의 검문소에서는 인류가 처한 불편한 진실을 목도하기도 한다. 책 곳곳에서 저자 특유의 따뜻한 문체를 확인할 수 있는데, 혼돈의 도시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이런 특징은 흡인력을 발휘한다.
“도로 한편에서 구역아이들 한 무리가 경찰 한 무리와 언쟁을 벌이는 광경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구역아이들의 격분을 마주한 경찰은 그저 고함으로 되받아 칠 뿐, 가끔 한 대 칠 듯이 주먹을 올리긴 해도 실제로 폭력을 쓰는 일은 없었다.”(458∼459쪽)
코노버는 인간의 길이 활기 넘치는 미래로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종말로 치닫고 있는지 결론지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인간미 넘치는 관찰과 세밀한 묘사를 통해 우리의 길이 우리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뿐이다. 나아가 인간과 인간이 몸으로 부딪히며 만나는 길의 한 복판에서 길을 주시하는 일이야말로 이성과 야만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며 조금씩 진보해온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박혜원 옮김.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