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예능·MC까지 종횡무진 배우 유인나 “난 아직 100점 만점에 49점… 편한 배우 되고파”
입력 2011-07-07 17:50
배우 유인나(29)는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한 연예기획사에 가수 연습생으로 들어갔던 게 1998년,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MBC)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게 2009년이니 무명 딱지를 떼는 데 무려 11년이 걸린 셈이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현재 유인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스타다. 올해 그가 출연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SBS) ‘최고의 사랑’(MBC)은 모두 대박을 터뜨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활약도 대단해 지난 3월부터는 ‘한밤의 TV연예’(SBS) MC로 매끈한 진행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종영한 ‘영웅호걸’(SBS)에서는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유인나를 만났다. 화사한 꽃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카페에 들어선 그는 특유의 앳된 목소리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브라운관에서 보던 것처럼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중해졌다.
일단 최근 막 내린 ‘최고의 사랑’ 종영 소감을 물었더니 “이 작품에 임하면서 성장통을 아주 많이 앓았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배우로서의) 내 키가 조금은 커졌을 거라 믿고 싶다”고 했다.
“하루 종일 대본을 껴안고 살았어요. 그 안에서 답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촬영하는) 두 달 동안 연기 외엔 다른 어떤 생각도 못 했어요. 내가 가진 표정보다 훨씬 많은 표정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말투도 다양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해야 하는 게 연기잖아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인생이란 게 굉장히 넓은 우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유인나는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100점 만점에 49점밖에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연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내가 한 노력이 가상해서 주는 점수”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연예인으로서 지금 누리는 인기도 그동안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없이 겸손한 모습이었다. “톱스타라면 단순히 비주얼만이 아니라 연륜과 카리스마에서 우러나는 아우라가 있어야 하는데, 난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은 것 같다”고도 했다.
“대중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큰 욕심을 부리자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 후배들이 롤모델로 유인나를 꼽기도 하는,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요.”
‘한밤의 TV연예’를 진행하며 겪는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생방송이라 현장감이 넘치는데 진행을 하고 있으면 내가 왠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미소를 지었다.
“(과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 있는) 하지원 언니한테 방송할 때 긴장 안 했는지 물어본 적 있어요. 그런데 언니가 마지막 방송할 때까지 떨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안 떨 때도 됐다고 생각하는데 저 역시 매번 진행할 때마다 긴장돼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