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홍 집사 “장애에 재산 탕진, 노숙자… 그래도 난 사랑받는 존재였다”

입력 2011-07-07 17:45


선천성 척추장애 5급, 경마로 재산 탕진한 뒤 20여년간 노숙생활. 정운홍(62·평지교회) 집사는 절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게 됐다.

1990년대 초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기원에 드나들던 도박꾼의 꼬임에 넘어가 경마에 빠지게 됐다. 오래지 않아 재산을 탕진하고 거리에 나앉았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아야 했다. 하지만 쉽게 도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바로 경마장으로 갔다. 경마로 인생역전을 꿈꿨다.

2007년 봄, 정 집사는 경마에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철 택배 일을 하던 중 갑자기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슴과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심장이 기형적으로 커졌고, 위궤양, 간질환, 다리엔 골다공증까지 생긴 것이다. 움직일 수 없어 침대에 누워 3개월을 보내며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다. 그때 머릿속에서 예전에 몇 번 가 보았던 교회의 기억이 떠올랐다. 서울 보문동 ‘(사)나눔과미래’ 쉼터에서 기거하던 그는 무작정 쉼터 내 평지교회로 갔다.

“내 삶이 하도 한심해서 하나님을 원망하며 매달렸습니다.” 이후 성경 읽기와 기도를 쉬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나님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우선 건강이 회복됐다. “의사가 제가 멀쩡하게 걸어다니는 걸 보고 기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지하철 택배 일을 하며 꾸준히 저축해 주거 공간도 마련했다.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사랑이 생겼다. 넉넉지는 않지만 수입의 일부를 노숙인이나 불우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해 나누고 있다. 정 집사는 남은 인생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저보다 어려운 이웃이 참 많아요. 앞으로 2년 정도 더 저축한 뒤 힘든 병마와 싸우는 분들이 계신 곳을 찾아갈 겁니다. 거기서 평생 봉사하다 하나님나라에 가고 싶습니다.”

글·사진=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