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 “목회자 영적 권위 삶에서 나와… 마음 비워야”
입력 2011-07-07 20:01
교수 출신이 교회에서 담임을 하면 성공적으로 목회할 수 있을까. 교수가 작전사령관이라면 목회자는 야전사령관으로, 그 역할부터 다르다. 평생 학문적 틀을 올곧게 만들어 나가야 할 학자가 변화무쌍한 목회 현장에 뛰어들어 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서울 중앙성결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한기채(52) 목사에게는 이 같은 가설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을 세우고 세상을 구하는 융합 목회’=그는 신학을 공부한 뒤 학문과 현장 사역에서 이탈한 적이 없는 ‘엄청’ 준비된 목회자다. 군목 출신인 그는 1988년 미국의 명문사학 밴더빌트대에서 유학할 때 목회와 신학공부를 병행했다. 내슈빌한인교회의 청빙을 받아 1년 반 담임한 뒤 목회 환경이 전혀 다른 미국교회에서 국제사역을 담당했다. 미국교회 내 한국어 성경공부를 인도하다가 참석자가 늘어나게 돼 한국어 예배를 이끌기도 했다. 급기야 내슈빌갈보리교회를 개척, 단독 목회도 했다. 귀국 후 1996년부터 서울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로 활동하면서 김중기 전 연세대 부총장과 함께 새사람교회에서 공동목회도 했다. 그에게 신학과 목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의 목회철학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사람을 세우고 세상을 구하는 교회’다. 중앙성결교회가 ‘서울 사대문안 도심교회’로 외국인 근로자와 생활이 어려운 계층이 적잖게 거주하는 지역에 있기 때문에 한 목사는 교육과 사회봉사에 교회의 역량을 쏟아붓는 데 주저함이 없다. 매주 목요일 무료급식이나 인근 달동네 김치배달, 지역아동센터 운영, 소외계층 악기 교육, 영어 중국어 몽골어예배, 탈북민 직원 채용과 신학공부 지원 등은 이 같은 목회 정신의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보고 말하고,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교육목회’=한 목사는 시리즈 설교를 선호한다. 기적과 비유, 지명, 습관, 성품 등 설교 주제는 교육적 성격이 매우 짙다. 설교할 때마다 ‘쇼 앤 텔(Show & Tell)’, 즉 보여주고 말하는 시청각 기법을 활용한다. ‘헨델이 전한 복음’ ‘예수가 선택한 열두 제자 이야기’ ‘삼중혁명의 영성’ ‘지명을 읽으면 성경이 보인다’ 등의 저서가 가급적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묵상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설교를 철저히 준비해온 결과물이다. 그는 ‘팀목회’를 한다. 담임목사의 권한을 전문 사역자들에게 상당 부분 위임하고 자율성을 높인다. 교인들과는 매일 묵상노트를 메일링하고 스마트폰 웹 5분메시지로 소통한다. 교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꼭 참석하려고 애쓴다. 요즘 들어 청년예배 설교를 직접 인도한다. 1개월여 전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젊은 세대와 호흡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끝없는 학습 열기는 해외선교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네팔정부로부터 네팔국제기독대학 설립을 정식 인가받았다. 신학, 기독교교육, 음악 관련 학사 학위를 줄 수 있게 됐다. 초대총장을 맡은 한 목사는 서울신대뿐 아니라 국내 타교단, 교회들과 연계해 이 대학에 더 많은 학과를 개설하고 네팔을 이끌어 나갈 미래 인재들을 양성할 계획이다.
△‘윤리가 기반이 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목회’=그는 이 시대에 윤리목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의 영적 권위는 감동적인 삶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자는 공적 영역을 결코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 “목회자부터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개인 권한을 자기를 위해 쓰거나 의도적으로 율법을 활용해 성도들을 윽박지르면 안 됩니다. 예수님의 정신은 멸사봉공(滅私奉公)입니다. 자기를 죽여 공적인 일을 감당하셨죠. 이것이 공생애입니다. 우리도 이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한 목사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윤리’가 필요한 시대라고 덧붙였다. “사도바울은 고린도전서 9장 12절을 통해 우리의 행동이 그리스도의 복음에 어떤 장애도 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교회의 거룩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세상과의 차별화에 있습니다.” 교회가 거룩성, 공적 영역을 되찾으면 사회로부터 무한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그런 점에서 교회가 성도들을 위한 ‘토털케어(전인적, 전방위적 돌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람에서 무덤이 아니라 모태에서 천국까지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태어나기 전 태아부터 돌봐야 합니다. 아울러 한 교인이 주님의 품에 안기기까지 전 과정에서 영적, 육적 도움을 줘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이유입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