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안된다… 국토부, 가구수 증가도 불허

입력 2011-07-06 21:36

정부가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할 때 수직 증축과 가구 수 증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안전성과 경제성, 재건축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조치다. 수직 증축은 기존 아파트 위로 층을 더 올려 가구수를 늘리는 방법을 말한다.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요구해 온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 입주자와 건설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부터 건축, 시공, 구조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가 10여 차례 회의를 진행한 결과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수직증축과 가구 수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국토부는 이달 중순 마지막 TF 회의를 열고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수직 증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는 건설 당시 증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됐고 철근과 철근 사이 접합부에 대한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증축했을 때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이뤄지고 있는 리모델링은 구조물의 80∼90%를 뜯어내 자원재활용 효과가 미흡하고 재건축과 다름없는 비용이 투입돼 경제성도 낮다”며 “리모델링에 일반분양을 허용할 경우 재건축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산 증식을 위한 아파트 리모델링은 사회적으로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직 증축 등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국토부는 대신 국민주택기금에서 리모델링 공사비의 일부를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의 지원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리모델링은 생활 편의를 위해 자비를 들여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집을 고치는 것이다. 철거 후 건물을 새로 짓고 일반분양분 수익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는 재건축과는 차이가 있다. 재건축은 용적률(최고 300%) 제한이 있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임대주택 의무 건립 등의 규제가 따르지만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 없이 전용면적의 30%까지 늘릴 수 있다.

신도시 주민들과 건설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증가하는 가구 수의 10% 이상을 일반분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거나 검토 중인 단지는 180여곳, 12만9000가구에 달한다. 여야도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베란다 앞뒤로만 늘릴 수 있는 현행 리모델링의 기형적인 구조를 해결하려면 수직 증축이 필수”라며 “현재 건설기술을 보면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에 거주하는 이정연(39)씨는 “100% 자기 돈을 들여 하는 리모델링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모델링협회 차정윤 사무처장은 “수요자인 아파트 주민, 공급자인 건설업계가 원하고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제출됐는데 정부만 불허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지나친 우려 때문에 리모델링 시장 전체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