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인수 관심있다”
입력 2011-07-07 02:16
STX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했다. 반면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현대중공업은 불참을 선언, 하이닉스 인수전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STX는 6일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TX 측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실사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STX그룹은 쌍용중공업, 대동조선, 범양상선 등을 차례로 인수합병(M&A)하며 재계 12위로 성장한 기업군이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STX는 해운과 조선에 대한 의존도가 90%인데 리스크가 있는 만큼 오래전부터 이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껴 왔다”면서 “M&A를 할 때는 그 기업이 성장할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우선이지, 시너지 효과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이닉스에 대해 “오너가 없이도 제품 경쟁력은 삼성과의 격차를 6개월 정도로 줄였고 가격 경쟁력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확고한 오너십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X는 특히 실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중동의 국부펀드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무차입으로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오늘 기준으로 보면 대략 인수에 2조4000억원가량이 드는데 STX가 경영권을 갖는 범위 내에서 중동 펀드와 약 50%씩 투자하고, 현금성 자산 및 처분 가능한 우량자산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TX가 연초 대한조선 인수를 추진하다 가격 문제로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실패한 데다 최근 주력 계열사 STX팬오션이 해운 시황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무차입 인수가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증권거래소는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서 빠지자 SK 등 그동안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인수 후보로 언급된 기업들에 하이닉스 인수설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지주회사인 ㈜SK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공시해 향후 인수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공시에서 “하이닉스 LOI를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 때문이다. 반도체가 경기 부침이 큰 사업이라는 점도 인수를 포기한 이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사업과 연관된 시너지 효과도 부족하고, 경기변동 주기를 볼 때 중공업과 반도체산업 간에 상호 보완효과가 없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하이닉스 인수 참여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확정된 바 없다”며 부인을 하지 않아 참여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LG그룹, 효성그룹, 동부그룹 등도 인수전 참여설을 공식 부인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2001년 10월부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아 왔고 2009년 매각이 시도됐으나 불발된 바 있다. 하이닉스 LOI 접수기한은 8일이다.
최정욱 백민정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