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도 ‘내리갈굼’ 등 기수문화 악습… 자체적으로 만든 기수 바탕 ‘깨스’ 등 후임 괴롭히기
입력 2011-07-06 18:38
경찰청이 올 초부터 전·의경 부대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원들이 자체적으로 비공식 기수를 만들어 기수별로 ‘내리갈굼(선임이 후임을 구타·가혹행위로 괴롭히는 것)’하는 관행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병대 총기난사 참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잘못된 기수문화가 전·의경 부대에도 뿌리내려 왔다는 뜻이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의경 부대는 보통 ‘막내-물당―받데기―챙―열외’라는 비공식 기수체계를 바탕으로 선임의 군기잡기가 이뤄졌다. ‘열외’는 말 그대로 모든 사역에서 빠지는 최고참이고, 그 아래 ‘챙’은 모든 대원의 군기를 잡으며 ‘챙기는 기수’다. 중간급인 ‘받데기’는 받치는 기수로 ‘물당(막내 위 물당번)’과 막내를 관리한다.
이런 체계 속에서 ‘깨스(특정행위를 못하도록 괴롭히는 것을 뜻하는 전·의경 은어)’와 같은 악습이 이어졌다. 후임은 선임의 허락 없이는 물을 못 마시거나(물깨스), 잠을 못 잤고(잠깨스), 사용할 수 있는 언어도 ‘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로 제한됐다. 또 앞만 쳐다보거나(앞뚫) 양손을 깍지 껴서 가슴에 얹은 채 부동자세로 자야 했다. 선임의 옷을 빨고 구두를 닦고(똥꼬빨기) 샤워 준비도 해주는 것(샤셋)도 후임의 의무다.
반대로 선임은 특정 후임을 ‘아들’이라 부르며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식당에선 멋대로 새치기하며 근무 교대도 늦게 할 수 있었다.
경찰은 올 초 인천 중부서 의경 자살 등 구타·가혹행위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1월 31일부터 개선책을 시행해 지난 5개월여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6일 발표한 전·의경 생활문화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1월 76건이던 구타·가혹행위 적발 건수는 2월 19건, 3월 17건, 4월 9건, 5월 3건, 6월 1건으로 크게 줄었다. 전입 6개월 이하 신임대원 5000여명의 소원수리에서 접수된 구타·가혹행위 피해신고도 1월 323명에서 6월 9명으로 급감했다.
엄중한 대응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동안 경찰은 적발된 가해 대원 424명 중 94명을 형사입건하고 나머지를 징계하거나 기율교육을 보내고 외출·외박을 금지시켰다. 중·소대장 등 지휘요원도 8명을 입건하고 96명을 징계했으며 276명에겐 경고·주의 조치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입소한 전·의경은 ‘깨스’라는 말을 모를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악습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꾸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