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정 이병 고가초소 폭파 못하자 김 상병 자살 기도”
입력 2011-07-06 22:05
지난 4일 발생한 인천 강화군 해병대 해안경비부대 총격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초 이번 사건은 부대 내에서 ‘기수열외’라는 집단따돌림을 당한 김모(19) 상병의 단독범행으로 알려졌으나 같은 부대 정모(20) 이병이 체포되고 일부 사실을 자백해 공동범행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 이병 어디까지 가담했나?=해병대 총기사고수사본부 조사에서는 김 상병과 정 이병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병은 정 이병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 이병은 모의한 것은 사실이나 총기 및 탄약 절취는 하지 않았으며 총격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총기절취 전후로 두 사람의 동선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정 이병이 총기절취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이병이 범행을 부추긴 정황이 드러났다. 정 이병은 김 상병이 “○○○을 죽여버리겠다”고 하자 “그러지 마십시오”라고 만류했다가 김 상병이 다시 “다 죽여버리고 싶다”고 하자 “그럼 다 죽이고 탈영합시다”라고 말한 것으로 진술했다.
총기를 훔친 김 상병은 공중전화박스 인근에서 K-2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는 동안 정 이병에게 수류탄을 건네주며 고가초소를 파괴하라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순찰 중이던 이승렬(20) 상병이 가까이 오자 김 상병은 이 상병을 사살했고, 곧바로 생활관으로 가 부대원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정 이병은 고가초소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초소에 있던 병사들이 총소리를 듣고 내려다보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온 김 상병은 정 이병이 “못하겠다”고 하자 수류탄을 건네받은 뒤 창고로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다. 정 이병은 공중전화박스 옆에 쓰려져 있던 이 상병을 안고 앉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드러난 사실=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0분쯤 일어난 김 상병은 체력단련장에서 동료와 탁구를 친 뒤 오전 7시쯤 홀로 창고에 가 전날 밤 부대 인근 상점에서 구입한 소주 2병 가운데 1병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때 동료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병이 어떤 이유로 배신감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다시 일어난 김 상병은 상황실에서 총기를 훔친 뒤 이를 창고에 감춰뒀으며 생활관에서 정 이병과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범행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고민한 듯 불안한 모습으로 생활관 안팎을 서성였으며 부대원들 일부는 “왜 안 자고 있느냐”며 취침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병이 범행에 가담한 것은 평소 자신이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 이병이 스스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김 상병과 가까이 지내왔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