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대리모 출산·정자 기증·동성커플… 미국 가족관계 갈수록 복잡

입력 2011-07-06 18:26

언니가 정자를 기증받아 낳은 아이를 불임인 여동생에게 입양시켰다면 그 언니는 아이에게 엄마일까, 이모일까. 대리모와 정자 기증, 동성커플의 증가로 미국의 가계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생 대신 아이를 낳은 언니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제니퍼 윌리엄스(40)다. 정자를 기증받아 2007년 여자 아이 맬러리를 낳았다. 맬러리는 윌리엄스의 동생 로라 애쉬모어(38)에게 입양됐다. 자매는 윌리엄스를 맬러리의 ‘이모’로 하자고 관계를 정리했다. 그래도 문제는 남았다. 윌리엄스가 맬러리보다 먼저 정자 기증을 통해 낳은 사내 아이 제미슨(6)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미슨과 맬러리는 생물학적으로는 반(半)남매지만 사촌이기도 하다. 두 아이는 학교에서는 서로를 사촌으로 여기지만, 집에서는 친남매처럼 지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아지자 미국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가족관계도를 그리는 일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메릴랜드주 록빌의 7학년 교사 애드리아나 머피는 “가족관계도를 그리는 대신 가족사에 관한 스토리를 작성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과 입양의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캘리포니아 정자은행에 따르면 2009년 이곳 고객 3명 중 1명은 여성 동성애자다. 10년 전엔 동성애자 비율이 7%에 불과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입양해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가계가 복잡해지는 이유다. 대리모에 의한 출생이 늘면서 최근 미국 출생증명서에는 생식 기술을 이용했는지, 어떤 생식 기술인지 등의 항목이 추가됐다.

복잡한 가계는 법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족 사망 시 누가 유산을 상속받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16년 전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게 정자를 두 차례 기증했던 롭 오쿤(61)은 2004년 자신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나서야 두 아이를 가계도에 넣었다. 어머니가 그동안 두 아이를 손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