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막힌 기강해이… 부동산 수익률 엉터리 산정 자문료 등 수십억 탕진

입력 2011-07-06 18:27

국민연금공단이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거액의 자문료 지출에도 불구하고, 기대수익률을 잘못 산정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 평가결과를 조작, 특정 증권사에 특혜 또는 불이익을 준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 자산운용 및 제도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6일 공개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프랑스 오파리노 쇼핑몰에 투자할 때 명목 투자수익률이 적정 투자기준인 6.7%를 밑돌았는데도 투자를 승인했다. 국민연금은 자문사의 보고서에 매입가격 기준 투자수익률이 누락돼 있었지만 구체적인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해외 부동산 프로젝트 7건에 투자하며 법률 및 자문 보수로 최소 4억원, 최대 27억6000만원을 썼지만 낭비만 한 셈이었다. 영국 런던의 빌딩과 미국 뉴저지 소재 빌딩을 매입할 때에도 투자수익률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2009년 극동빌딩을 매입하면서 운용사인 GE자산관리코리아주식회사에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 14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거래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의 조직적인 비리도 밝혀졌다. 2009년 1분기 거래 증권사 선정 당시 팀장이던 A씨는 대학 동문이 영업담당자로 근무하는 증권사 두 곳의 평가 등급을 임의로 높였다. 두 증권사는 해당 분기에 각각 1020억원, 959억원의 거래물량을 더 배정받아 2억5000만원과 2억4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전관예우와 보복 관행도 드러났다. 지난해 모 부서 실장으로 일하던 B씨는 전임 실장이 옮겨간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해 경쟁 증권사의 점수를 일부러 낮췄다. 다른 부서 실장인 C씨는 증권사들에 리조트 이용권을 강매한 사실을 한 증권사가 국회에 제보하자 거래증권사 선정에서 탈락시켰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09년 12월 임직원 89명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실시하면서 모 증권사로부터 비용의 53%인 612만원을 제공받았다. 일부 직원은 유흥비 45만원까지 받아 챙기는 등 총 684만원을 부당하게 수수했다.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4월 338조원을 넘어섰고 내년 말이면 396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에는 뉴욕사무소를 열고 해외 투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 운영과 부실 투자가 드러나자 국민연금의 수익 평가기준과 내부 기강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에 평가조작 관련자 해임 등 문책을 요구하고, 국민연금 출신 직원이 재취업한 증권사 등과 거래를 제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이경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