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때 조선왕조실록 ‘고초’ 한눈에… 안의 선생이 피신과정 적은 ‘난중일기’ 정읍박물관 기증
입력 2011-07-06 18:11
전북 정읍시는 임진왜란 당시 이 지역에 살았던 선비 안의 선생의 종손 성하(81)씨가 가보로 보관해왔던 ‘수직상체일기(守直相遞日記)’를 “내년 개관하는 정읍박물관에 영구히 보관해 달라”며 최근 기증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책은 당시 안의 선생이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을 내장산으로 옮긴 이후에도 또다시 아산∼해주∼강화∼안주를 거쳐 묘향산까지 피신해야 했던 1597년 1월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100여쪽에 일기 형식으로 쓴 이 서책은 ‘조선왕조실록이 겪었던 고초를 기록한 난중일기’로 평가 받고 있다.
1592년 왜(倭·일본의 옛 이름)가 조선을 침략하자 정읍에 살던 안의·손홍록 선생은 하인들을 이끌고 전주로 갔다. 이들은 당시 경기전내 전주사고(史庫)에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초상화)을 달구지에 싣고 내장산으로 옮겼다. 전란으로 인해 서울과 충주, 성주에 있던 실록은 모두 불타 없어졌지만, 두 선비의 노력으로 전주에 있던 책자만 남게 됐다.
정읍시는 이 책을 통해 실록의 내장산 이안(移安·옮겨 보관함)에 관한 역사를 고증하고 정읍의 문화적 가치와 선비정신을 재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서책은 표지만 조금 훼손됐을 뿐 본문 글자를 선명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보관 상태가 좋다고 시는 덧붙였다.
정읍=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