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사계] 영조, 御酒를 내리다

입력 2011-07-06 18:07


궁궐 건물의 서열은 전당합각재헌루정(殿堂閤閣齋軒樓亭)이다. ‘전’은 왕과 왕비가 공적 활동을 하는 곳이다. 근정전이 그렇다. ‘당’은 일상의 활동 장소다. 희정당이 있다.

‘합’ ‘각’은 ‘전’ ‘당’을 보위한다. ‘각하’라는 호칭도 여기서 나왔다. 낙선재에서 보듯 ‘재’는 왕실가족의 주거용이다. ‘헌’은 개방된 공간, ‘루’는 높은 마루가 있어야 한다.

이제 남은 건물은 ‘정’. 마루가 바닥에 닿는 건축물이다. 사진에서 보듯 창경궁 함인정이 아주 아름답다. 영조는 조금 돋워 지어진 이곳에 올라 과거 급제자를 접견하고 친히 어주를 내렸다. 함인정 내부에 계절의 변화를 노래한 도연명 시가 편액으로 걸려있는 것도 연회와 휴식이라는 정자의 고유기능에 부합한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봄물은 사방의 못을 가득 채우고,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를 많이 만드네.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마루엔 외로운 소나무 빼어나도다.) 수풀 푸르고 구름 맑은 날, 함인정의 풍경은 절정을 달린다.

손수호 논설위원 shsh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