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장로교의 날’ 좌담] “다름을 인정하면 고린도교회처럼 일치와 다양성 유지”

입력 2011-07-06 17:54


2009년 7월 10일, 장 칼뱅 탄생 500주년을 맞아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가 시작한 ‘장로교의 날’ 행사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장로교의 날은 국내 최다 교파와 최대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장로교의 연합과 일치, 시대적 사명을 되새기는 자리다. 행사를 준비 중인 대회장 양병희 한장총 대표회장, 준비위원장 윤희구 한장총 상임회장, 설교자 장종현 백석학원 설립자와의 좌담을 통해 장로교의 날 의미와 한국교회에 대한 바람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좌담 참석자

양병희 영안교회 목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윤희구 한빛교회 목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상임회장)

장종현 목사(백석학원 설립자)


-‘장로교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양 목사=장로교의 날은 장로교 신학의 체계를 이룬 장 칼뱅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 장로교회들이 예배와 성찬을 통해 하나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돼 2009년부터 시작됐다. 7월 10일은 칼뱅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한국교회 입장에서 20세기가 성장과 분열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성숙과 하나 됨의 시대여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도 장로교의 날에 함께 담겨 있다.

-올해 장로교의 날이 지난 두 차례 행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윤 목사=2012년은 한국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따라서 올해는 한국 장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는 의미가 있다. 한장총 30개 회원교단이 대동단결하고 장로교의 미래인 젊은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게 될 것이다. 30개 회원 교단 총무들로 구성된 기수단과 회원교단 신학교 기수단 입장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대회와의 연계성을 유지하려 한다. 1회 때 일각에서 장로교의 날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했었다. 3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정례화라는 대의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의미일 거다.

-장로교의 날이 오늘의 한국교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장 목사=우선 장로교의 정체성 확인이다. 한국에서 장로교회가 대다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장로교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장로교 전통에 따른 예배와 성찬식,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그 핵심 내용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또 장로교회의 격조를 드러낼 것이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우리의 사명이 얼마나 막중한지 깨닫는 시간도 될 것이다.

-한장총은 ‘한 교단 다 체제’(한 장로교단 아래 각 총회의 자율권 인정 시스템)를 부르짖고 있다. 과연 실현 가능한 구호인가.

△양 목사=한장총 직전 대표회장인 이종윤 목사님은 신학자요 목회자로서 한 교단 다 체제의 신학적 근거로서 초대교회인 고린도교회를 예로 드신 바 있다. 바울파, 게바파, 아볼로파 등 다른 입장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고린도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장로교는 칼뱅의 개혁신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일부 해석상 차이는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여유를 갖게 되면 고린도교회처럼 하나이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자는 것이다. 정상까지는 한발 한발 가자는 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당면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9월 교단별 총회 개회예배를 공동으로 드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내년 장로교총회 설립 100주년을 위해 한장총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윤 목사=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을 주관할 기관으로 한장총이 가장 적합하다. 다른 연합기관은 장로교 외 다른 교단들도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한장총은 내년 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한국 장로교회가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우선 ‘한국장로교100년역사위원회’(위원장 소강석 목사)를 구성, 한국 장로교의 100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각 교단뿐 아니라 국내외 도서관에 관련 자료로 보낼 예정이다. 또 한국 장로교의 세계적 위상에 비해 그 정신을 담아낸 ‘장로교역사박물관’을 갖고 있지 못했다. 한장총은 지난해 ‘한국장로교역사박물관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윤 목사)를 구성했다. 100주년을 통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 한국에 파송된 선교사 유가족 및 관계기관 사역자들을 초청할 것이다. 장로교회 성가대들을 위한 찬양제도 내년 5월 중에 개최한다. 한국장로교 300대 교회 선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는 한국장로교의 100년 성장에 대해 평가하고 앞으로의 장로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지를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장총의 이 같은 연합과 일치 노력이 다른 기독교연합기관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양 목사=한장총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달리 기장교단과 고신교단이 함께 하고 있다. 즉 진보와 보수가 장로교라는 공통분모로 자리를 함께 한다. 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장로교회는 한국 기독교의 75%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장로교의 날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변화되어야 한다. 회개를 통해 하나님의 주권을 높일 것이다. 한국 기독교와 국가의 개혁을 위해서도 이 같은 몸부림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 들어 한국교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처방전이 있는가.

△윤 목사=결국 목회자의 자질문제다. 지난 20여년 한국교회를 강타한 성장신학과 성공신학의 영향 때문에 목회자들이 목양과 복음 증거에 전념하지 못했다. 원리와 공의를 상실했다. 도덕성 결여와 이기주의, 개인주의에 빠져 버렸다. 이 땅에 아직도 구원받지 못한 비기독인이 3800만명이 넘는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더 귀하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목회자들이 먼저 분발해야 한다. 명예나 기념탑을 세우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민족 복음화를 위해 전 교회들이 연합하여야 한다. 또 신학교의 난립으로 인한 목회자들의 대량 생산도 지양해야 한다. 한장총 목회자교육원이 봄(3∼5월)과 가을(9∼11월) 학기로 나눠 목회자 연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 목사=한국교회는 본질보다는 비본질적 문제로 분열을 거듭해왔다. 서로 머리가 되려는 명예욕 때문에 분열이 시작됐다. 교인들은 교단 인식보다는 목회자가 누구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지도자의 영성과 비전을 보고 성도들은 교회를 선택한다. 이단이 아니라면 한국교회는 연합과 일치를 이뤄가야 한다.

△장 목사=교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목회자 문제이다. 목회자의 문제는 신학교육의 문제다. 신학교육의 문제는 신학자의 문제이다. 신학자의 문제는 신학의 문제이다. 결국 교회의 문제는 신학의 문제로부터 나온다. 신학을 이론적 학문으로 가르친 서구 신학교육이 교회의 문을 닫게 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교회가 서구 신학교육을 닮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신학은 이성적 학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고 사랑하는 경건한 지식이다.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이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충만한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종교개혁의 근본원리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목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양 목사=칼뱅은 연합을 매우 강조했다. 연합을 위해서라면 루비콘 강을 100번이라도 건널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우리 목회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평신도들이 기대하는 것은 목사님들부터 연합의 본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장로 등 교회 중직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윤 목사=목회자들의 부덕한 모습과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목회자들에게 있다. 하지만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데 또 하나의 기둥은 평신도 지도자다. 따라서 오늘 교회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장로교 정치는 의회 정치이다. 목회자가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당회가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러면 극단적 타락 현상은 막을 수 있다. 목회자를 존경하고 순종하되 맹종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장 목사=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충만하도록 성도가 깨어 있어야 한다. 목회자와 다른 성도들의 잘못을 비난하고 정죄하기보다 그 잘못을 회개하고 개혁하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깨닫고 돌이키면 곧 용서하고 화합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가라지를 뽑겠다고 애쓰다가 교회와 성도들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이다. 성도는 말라버린 펌프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진행·정리=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