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삶의 풍경] 자화상 이야기
입력 2011-07-06 18:10
자화상을 즐겨 그리는 것은 화가의 즐거움이다. 작가의 음울하고 그늘진 내면이 고스란히 탈바꿈되는 순간 자화상으로 그려진다. 자화상을 어여삐 그릴 순 없다. 굳이 예쁘게 그리려면 사진을 찍어 컴퓨터로 양념을 버무리면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 된다. 못난이로 보낸 그늘진 내면의 일기가 고스란히 자화상이라는 그림으로 나타난다.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삶은 낡은 흑백사진의 주인공처럼 자화상으로 변모되기 일쑤다. 칙칙한 삶을 인내한 환쟁이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제거시킨 그 자체다. 자화상으로 나타나는 못생긴 모습은 우습고, 얄밉고, 때론 무섭게 그려지기도 한다. 아마도 환쟁이로 살며 감당한 신산한 현실의 색조다. 닭을 탄 환쟁이는 붓 닭 위에서 이내 그림을 그리려는 전투적 자세다. 머리에 모자 대신 팔레트를 쓰고 앞으로 나간다. 그것은 화가의 이미지로 변장된 모습과 내 모습이 뒤섞인 이상세계의 내면이다.
그림·글=김영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