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토화
입력 2011-07-06 18:11
지난 월요일 ‘딸아! 일어나렴…엄마! 울지 마세요(‘이웃’ 2010년 11월 11일자 프런트)’의 주인공이었던 혜인양의 어머니가 이곳 여의도에 오셨습니다. 당시 이를 취재했던 윤중식 기자와 셋이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여고 1년생 혜인양은 다형성 교모세포종이라는 악성 뇌종양과 1년 넘게 사투를 벌이다 하늘나라에 갔습니다. “엄마, 울지 마세요.” 이 한마디가 지금도 눈물이 핑 돌게 만듭니다. 제가 딸 키우는 아버지라 더한가 봅니다.
혜인이 어머니는 파리했습니다. 자식 앞세운 엄마의 몸은 수분이 다 날아간 것처럼 땅에 발이 닿지 않는 듯한 걸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의 그 어머니는 주신 자도 여호와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임을 아시고 예수와의 일대일 대면을 통해 치유 받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파리한 육신임에도 영성만은 충만 되어 주위를 맑게 합니다. 새벽 갈릴리 호수같이 꽉 찼고 그 수면 같이 잔잔했습니다.
그녀는 요즘 자신의 딸과 같이 병마 때문에 삶을 파괴당하는 이웃을 위해 호스피스를 겸한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영혼의 집’ 육신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겪지 않고서 이해 불가한 부분입니다. 이성이 무력화되고 사탄의 주문 같은 토화(土花)가 믿음을 갉아 먹습니다. 가끔 친구들로부터 “미션면은 빼놓고 본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자신의 삶과 신앙생활이 무관하다 보니 ‘친구의 신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말합니다. “보시게. 손가락에 잔가시만 박혀도 미션면이 절절하게 읽힐 걸세.” 이런 제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 친구가 지나가듯 말합니다. “몸에 상처도 없는데 잘 읽혀지더군.” 그는 이혼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토화는 육신을 썩게 해 새 생명을 줍니다. 하지만 사탄의 토화는 약한 영에 달라붙어 조상귀신 붙었다며 우리를 호립니다. 이번 호는 몸과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