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현대家 하이닉스 되찾을까
입력 2011-07-05 18:40
범현대가(家)가 하이닉스까지 품에 안을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과거 현대 가문에서 떨어져 나간 기업 끌어안기가 마무리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공개경쟁입찰의향서 접수 마감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이 인수대상자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옛 현대전자인 하이닉스를 인수하게 된다면 현대건설과 현대종합상사, 현대오일뱅크 등에 이어 과거 흩어졌던 현대 회사들이 대부분 현대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부각되는 이유는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인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조선업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종합상사 등 옛 현대 계열사를 사들였던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하이닉스 인수는 사업 다각화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현대중공업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자산규모 70조5000억원으로 포스코(69조8000억원)를 제치고 재계 8위로 올라서는 등 입지도 크게 달라진다.
회사 측은 그러나 “내부적으로 방침이 전해지지 않았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당사자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현대중공업을 꼽고 있다.
효성의 경우 2009년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냈다가 철회한 이후 사실상 발을 뺀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내줬던 LG나 동부 쪽도 하이닉스에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이나 SK, GS, 한화, 현대그룹 등도 “전혀 생각이 없다”는 식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현대중공업에 이목이 쏠린다.
그러나 워낙 많은 인수자금이 필요한 데다, 인수 후에도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금이 2조∼3조원에 달하는데다 인수 후 설비투자 자금 등으로 2조원가량의 돈이 더 들어간다고 보면 인수를 쉽게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경기변동 영향을 크게 받고, 주기적으로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단독응찰을 하면서 인수가격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도 매각 가격 기대치를 크게 낮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