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공정위… 지마켓+옥션 ‘공룡’ 승인
입력 2011-07-05 21:21
오픈마켓인 지마켓과 옥션의 합병 승인으로 유통 공룡이 탄생했다. 25조원에 이르는 오픈마켓 시장에 외국계 기업이 시장점유율 72%를 차지하게 되면서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이베이지마켓과 ㈜이베이옥션 간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새롭게 경쟁을 제한할 요소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합병기업의 이름은 ㈜이베이코리아로 잠정 결정됐다. 모기업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오픈마켓인 이베이다.
공정위는 합병을 승인한 이유로 “두 회사는 이미 모자(母子)관계로 결합이윤을 극대화하고 있는 데다 합병 전후로 사업자 수나 시장점유율에도 변화가 없다”면서 “실제 시장점유율 합계도 2009년보다 낮아져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양사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86%였으나 지난해에는 72%로 줄어들었다.
공정위는 또 NHN(네이버)이 오픈마켓시장 진입을 선언한 점을 언급하면서 “국내 최대 트래픽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시장이 보다 경쟁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번 합병에서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009년 옥션과 지마켓의 기업결합 당시 불공정 행위 금지 등의 단서를 달았지만 지난 4월 옥션과 지마켓은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을 받기도 했다. 조건으로 내걸었던 불공정 행위 금지가 지켜지지 않았는데도 합병이 승인된 점에 대해 공정위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신 2009년 옥션이 지마켓 주식을 취득할 당시 내려진 시정조치였던 공정거래준수방안이 합병 후에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경쟁업체들은 이베이코리아의 등장으로 불공정 행위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게 되면서 특히 중소판매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쟁사에서의 활동 제한 등의 압력을 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3위인 11번가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 질서를 흔들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등 사후조치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며 “공정위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HN은 공정위의 합병 승인 근거로 거론된 점에 대해 “NHN이 구상하는 것은 기존의 오픈마켓과는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크게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공정위가 현명하게 결정 내렸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비슷한 산업군에 속하는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조민영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