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선정수] 침출수 정보 공개 거부하는 지자체들

입력 2011-07-05 18:37

본보는 지난겨울 발생한 구제역 사태로 관내에 매몰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75곳에 관측정 수질검사 결과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25곳은 정보공개에 응하고 50곳은 거부했는데 그 이유가 가관이다.

충남 당진군은 “공개될 경우 공공의 안전과 이익에 해가 될 수 있음”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경기도 포천시는 “공개될 경우 주변 부동산에 대한 영향 등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원도 양구군은 “매몰지 주변 농·축산물의 이미지 손상으로 농민들의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경기도 시흥시는 “개인의 사생활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비공개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누구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하느냐”며 이의신청을 하자 6일 만에 정보를 공개했다. 중앙정부에서 일괄 취합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떠넘기는 지자체도 많았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공기관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비공개 정보의 분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매몰지 주변과 그 수계에 살고 있는 주민은 가축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오는지 알권리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지 판단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청정국’ 지위를 고수하려던 정책 판단의 오류로 때를 놓치며 구제역을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지자체는 매몰지로 인한 2차 오염은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살아있는 가축과 사체를 파묻기에만 급급했다. 환경부는 ‘지하수 오염은 없다’고 강변하며 안전을 부르짖지만 침출수 누출 징후는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

떠넘기기와 무사안일로 일관하는 공직사회의 병폐가 끝나지 않은 장마와 태풍보다 더 무섭다.

선정수 사회부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