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할인 끝’ 값 오르기 전에… 주유소마다 “가득” 손님
입력 2011-07-05 21:39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100원 할인’ 종료 후 기름값을 원래대로 환원할지 여부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가 단계적으로 가격을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다른 정유사들은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며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당장 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ℓ당 100원씩 오르는지, 아니면 어느 정유사가 할인을 계속하는지 전혀 알 수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다.
가장 먼저 단계적 가격 환원을 밝힌 GS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가격을 인상할지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가격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담합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단계적으로 올리긴 하는데 나중에 보면 어떻게 인상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라는 취지다.
먼저 선수를 친 GS가 모호한 태도를 보이자 다른 정유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며 손놓고 있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 느긋한 표정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용해 왔던 ℓ당 100원 카드할인은 7일부터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만 가격은 이후 시장 상황을 봐서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도 7일 이후 가격은 시장 상황에 맡기기로 했다. 따라서 7일부터 주유소 가격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정유사들이 할인 종료를 앞두고 이미 암묵적으로 가격 조정을 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5월 첫 째주 휘발유 공급가격은 SK가 ℓ당 1917.75원이었고, GS가 1818.07원으로 거의 100원 차이가 났다. SK가 사후 카드 할인을, GS는 직접 현금 할인을 했기 때문에 100원 차이가 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후 5월 4주 가격 차이는 80원 정도로 줄더니, 6월 첫 째주 이후에는 차이가 40∼50원대로 줄었다.
따라서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을 내린다고 해놓고 덜 내렸거나, 다시 서서히 인상을 해온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GS가 구체적인 가격 인상 내역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이미 공급가격 조정이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사들의 신경전에 기름값을 알 수 없는 시민들은 무작정 차를 몰고 주유소를 찾았다.
4일 오후 퇴근길에 집 근처 셀프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만땅’으로 채웠다는 직장인 서형국(32)씨는 “차가 무거우면 연비가 떨어져 평소 3만원씩 넣지만 오늘은 9만원 가까이 넣었다”며 “안 그래도 비싼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른다고 하니 최대한 많이 넣어뒀다”고 말했다.
서울 신길동 한 주유소 사장은 “지난 주말부터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해 평소보다 20% 정도 늘었다”며 “평소에는 5만원 정도 넣곤 했는데 최근 중형차량 손님들은 대부분 10만원 이상씩 넣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동 한 주유소 직원은 “어제와 오늘은 평일 기준으로 20∼30% 손님이 늘었다”며 “평소 ‘만땅’ 주유 고객이 10% 정도였는데 요새는 40∼50%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노석철 최승욱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