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나라당 전대 최대 돌풍 유승민 의원 “당 정책, 靑과 차별화 필요… MB 이해해 줘야”

입력 2011-07-05 21:56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는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을 다시 보게 했다. 보수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그가 내세운 공약이 가장 ‘좌클릭’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진보적이어서 사람들은 한 번 놀랐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하자 다시 한 번 놀랐다.

유 최고위원을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4년간 못했던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 간의 화해, 친박인 내가 나서서 해 보겠다”고 말했다. 계파 문제의 당사자로서, 문제 해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공정한 공천을 들며 “친이든 친박이든 시비를 못 걸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홍준표 당 대표도 이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식아동, 기초보호대상자 확대, 비정규직 문제 등을 강조하면서 전대에서 내세운 ‘용감한 개혁’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전대를 치른 소회는.

“마음이 무겁다. 솔직히 이번 전대에 국민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새 지도부가 초반부터 당직인사 등을 놓고 싸우면 국민들은 ‘젊은 사람들 뽑아 놔도 똑같네’라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담이 된다.”

-어떤 분들이 지지해 줬다고 보나.

“아무래도 지역, 특히 영남에서 많이 찍어줬을 것이다. 솔직히 친박이라고 찍어준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제가 개혁한다고 하니까, 또 노선이 맘에 든다고 수도권에서 찍어준 분들이 있는데 저한테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전대 연설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공천학살 걱정 마십시오. 4년간 당해보니 정말 할 짓 아닙디다’고 강조한 배경이 궁금하다.

“친이, 친박 화해는 어떻게 보면 4년 전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화끈하게 끌어안았으면 없어졌을 것이다. 왜 오바마, 힐러리처럼 못했냐. 그거 하는 데 4년 걸렸다.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다. 4년간 못했던 화해, 내가 나서서 해보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게 힘들었나.

“옳은 이야기를 해도 친박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볼 때 참담함을 느꼈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 문제와 미디어법, 세종시 문제 등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지적하면, ‘저놈은 경선 때 제일 독하게 하던 놈’ 계속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때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저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리품인 양 끼리끼리 인사를 나눠먹는다면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친이계와의 관계 설정은.

“친박계 중진들이 중심이 돼 표를 모아준 게 홍 대표가 1등 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본다. 반면 친이계 핵심은 조금밖에 표를 모으지 못했다. 이재오 장관과 통화했는데 ‘잘해 보자’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만나 당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에 공감한다. 친이계 지원을 받은 원희룡 최고위원과 내가 채널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홍 대표는 계파활동에만 매달리면 공천을 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공천에 대해선 혼란스러운 이야기하면 곤란하다.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특히 현역의원 교체 부분은 갈등의 ‘화약고’다. 이 때문에 분명한 기준과 원칙이 필요한데 계파활동 열심히 한 사람은 공천 불이익 준다는 발상은 틀렸다. 그렇다면 나도 공천을 못 받는다. 계파 해체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각 계파에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고, 서로 소통하고 화합해야지, 인위적으로 말 한마디로 되는 게 아니다. 최고위원 5명이 선언한다고 계파가 해체되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준표 캠프에 있던 사람들만 인사를 하면 홍준표 계파가 생기는 것이다. 당장 당직 인사부터 탕평 인사가 돼야 한다.”

-박 전 대표 앞으로 활동은.

“전대가 끝났으니까 자유롭게 활동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국민 속으로 확 들어갔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 특히 젊은층 위주로 만나서 사정을 듣고, 느끼는 활동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자산이다. 박 전 대표에게 미래 희망을 보지 않나. 수도권 젊은층, 한나라당 싫어하던 그들이 박 전 대표를 보고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재오 장관, 이상득 전 부의장은 어떤 활동이 필요한가.

“친이, 친박 화해에 큰 역할 하실 수 있는 분들 아닌가. 친박도 그분들하고 소통이 되면 좋겠다.”

-당의 정책 차별화 움직임을 청와대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감세철회든 무상급식이든 새 방향으로 가주면 좋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반면 당은 차별화할 수밖에 없고 대선주자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또 새 지도부가 차별화와 정책 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합의를 모으느냐, 그게 굉장히 시급하다. 혼선만 빚을 수 없고 정기국회 전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홍 대표가 민주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줘야 한다.”

-좌클릭 기조에 대해 변절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내가 왼쪽으로 간 것에 대해 정통 보수 경제학자가, 자유시장경제에 대해 신념 있던 놈이 변절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한나라당이 안 바뀌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완화 정책 등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는데.

“대학 등록금은 절대적인 수준을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일단 세금을 투입하지 말고 낮출 수 있는 방안, 즉 등록금의 거품을 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등록금 정책, 감세철회 등 지도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은데.

“홍준표 대표 등 이견이 있는 지도부를 잘 설득하겠다. 등록금 문제도 지도부가 새로 출범했으니까 다시 끄집어내서 합의를 보는 과정을 당연히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