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친이계는 사라졌다”… 곳곳 와해 시그널

입력 2011-07-05 21:35


한나라당 구주류인 친이명박계가 7·4 전당대회를 거치며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전대에서 친이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원희룡 후보가 4위에 그치자 당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는 허탈감과 함께 내부 결속력이 급속히 와해되는 조짐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계가 더욱 약화돼 아예 친박근혜계나 중립 진영에 흡수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수도권 친이계 핵심 의원은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대를 앞두고 샅바싸움을 할 때 힘이 전혀 안 들어가는 상황이었다”며 “큰집(친이계)이 점차 무너지려는 걸 어깨로 떠받치려고 했는데 역부족이더라”고 토로했다. 당 주도권이 친박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맞서 보려 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는 얘기다. 친이계의 미래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 의원은 “친이계가 다시 세를 뭉쳐 당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당내 다른 세력과 화합해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친박계도 친이계를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이계 초·재선 소장파 모임인 ‘민생토론방’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도 친이계의 장래와 당내 역할을 놓고 고민을 털어놨다.

모임 간사인 진영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니 허탈하다”면서 “지난 원내대표 선거가 끝나고 친이계가 사라진 게 느껴지던데, 이제 친박·친이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강승규 의원은 “당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게 정권 재창출의 지름길이 아니냐는 생각에서 그런 쪽으로 갈까 우려된다”며 친이계가 이명박 정권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에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친이계가 다시 뭉쳐 세력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 시점이 관심을 모은다. 이 장관 측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장관이 8월쯤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장관이 복귀하는 것만으로도 친이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가 지금처럼 사분오열돼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장관은 스킨십이 좋고 의원들과 맨투맨으로 만나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이 장관 중심의 친이계가 당 주류까지는 몰라도 일정 부분 당 지분을 나눠 갖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