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오전 10시30분 “OOO을 죽이고 싶다”
입력 2011-07-05 18:27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 해병대 2사단 소속 8연대 1대대 1중대 1소대의 4일 아침은 여느 날과 다름없었다. 그러나 김모 상병의 움직임은 달랐다.
해군본부 중앙수사대에 따르면 김 상병은 전날 경계근무를 서고 자신이 소속된 제1생활관에서 잠들었다가 새벽 4시20분쯤 일어났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체력단련장에서 동료 1명과 탁구를 친 김 상병은 오전 8시쯤 다시 잠을 잔 뒤 오전 10시쯤 상황실로 갔다. 김 상병은 상황병 이승렬(20) 상병과 얘기를 나눴으며 상황부사관이 근무에 투입되는 병사들에게 소총을 지급하기 위해 총기보관함을 열어놓은 채 물을 마시러 자리를 비운 사이 K-2 소총과 실탄 75발, 공포탄 2발, 수류탄 1발이 든 탄통을 훔쳤다.
생활관으로 돌아간 김 상병은 10시30분쯤 잠에서 깬 정준혁 이병에게 “OOO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 이병은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라며 김 상병을 달랬다. 정 이병은 해군 조사관에게 “김 상병의 입에서 술냄새가 났고 몸을 비틀거렸으며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1시간여가 흐른 11시40분 김 상병은 생활관 밖 공중전화 부스 옆에 있던 이 상병에게 총격을 가했다. 두 발의 총성을 들은 상황부사관 한모 하사가 밖으로 뛰어나왔고, 쓰러져 있는 이 상병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그 사이 김 상병은 부소초장실 입구에서 부소초장 이승훈(25) 하사에게 총을 쏘고 2생활관으로 갔다. 김 상병은 왼쪽 첫 번째 침상에서 자고 있던 권승혁(20) 일병에게 3발을 조준 발사하고 오른쪽 침상에서 자고 있던 박치현(21) 상병을 쐈다. 이어 왼쪽 두 번째 침상에서 취침 중이던 권혁(19) 이병에게 총구를 겨눴다. 총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권 이병은 황급히 김 상병을 생활관 밖으로 밀어냈다. 박기준 일병과 남기원 상병도 권 이병을 도와 출입문과 창문을 재빨리 닫았다. 상황부사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소초장은 11시50분쯤 2생활관으로 달려갔고 복도에서 김 상병과 마주쳤다. 김 상병은 소초장을 스쳐 지나가면서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복도에는 김 상병이 사용했던 K-2 소총이 버려져 있었다. 소초장은 “저놈 잡아라”라고 외쳤지만 김 상병은 이미 복도를 빠져나갔고 곧이어 체력단련장 옆 창고에서 수류탄 폭발음이 들렸다. 소초장과 병사들은 창고에서 김 상병을 검거한 뒤 응급조치를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