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지방·소규모 대학 죽이기 아니다”
입력 2011-07-05 21:31
홍승용(62)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 구조조정은 일방적인 지방대, 소규모대 죽이기가 아니라 열심히 하는 대학에 ‘재정적 햇빛’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5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연지동 재단법인 ‘행복한 학부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부실 대학을 판정하는 데 있어 학생 충원율과 등록금에 대한 재정의존도, 취업률 등을 참고할 것”이라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실을 판정하기 위해 대학들의 경영 상태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홍 위원장은 “일부 대학이 재학생 충원율 등을 부풀리고 있다”며 “못된 대학들은 교과부에 퇴출을 권고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사 결과 경영개선 노력이 검증된 지방 사립대와 국공립대는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는 “위원회가 지방대와 소규모 대학에 대한 살생부 작성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부실 대학의 퇴출을 통해 경영 지원이 필요한 대학을 돕게 된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위원장은 지방대 퇴출·국공립대 통폐합 등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지역 갈등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충돌을 막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이 처음에는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지역 주민과 교육계 인사들이 참여한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대학의 자구노력에 대한 쓴소리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은 학과 통폐합이나 실용학과 몇 개 만들고 세계화나 정보화를 이뤘다고 착각하고 있다”며 “진정한 구조개혁은 산업계의 변화, 학생들의 욕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위원장은 이어 “현재의 인구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 추세를 보면 2022년까지 대학 정원의 10∼15% 감축은 불가피하다”며 대학들에 지금보다 한층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홍 위원장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자문기구로 돼 있는 위원회가 심의기구로 전환되면 대학구조개혁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현재 영산대 명예총장,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2002∼2008년 인하대 총장을 지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