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통폐합 대상 지방대학들 “손해 보고는 못해…” 진통
입력 2011-07-05 18:21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통폐합 등을 담당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 발족을 계기로 전국에 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이에 전국 대학들은 대학 간 통폐합 등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정치적·지역적 문제 등으로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해는 노(NO)”, 정치적 계산에 제동=5일 전국 각 대학에 따르면 충북의 충주대학교와 경기도에 있는 한국철도대학 간 통합문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제동으로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충주대와 철도대의 통합 문제에 대해 “지금 계획대로라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불과할 뿐”이라며 두 대학의 통폐합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정원 감축과 교명 변경에 따른 통합안에 대해 “현재 도에 제출된 충주대·철도대 통합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충주시민과 증평군민의 의사는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의왕시장, 의회, 시민 입장에서 철도대와 충주대 통합은 정말로 기특하고 잃을 게 없는 거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학생 500여명의 전문대학인 철도대가 정원이 1000여명으로 증가하는 4년제가 되는 것은 물론 박사과정이 생기고 구조조정 자금(인센티브)도 71%나 가져가는 것은 철도대가 의왕시로부터 훈장 받을 일”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충주대는 내년 신학기부터 신입생을 뽑기 위해 하루빨리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 최종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8일 충북도의 문제 제기 이후 충주대와 철도대는 충주대 감축 입학정원을 269명에서 186명으로, 철도대 증원 입학정원을 126명에서 56명으로, 충주대 감축 교직원을 26명에서 17명으로 조정하기로 협의하고 수정된 통합안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특정 대학 중심 통합은 글쎄….”=부산·경남지역과 전남지역에서는 부산대와 부경대,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 등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대학 중심의 통합안에 다른 대학들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대는 최근 통합의 전 단계로 목포해양대, 한국해양연구원(KORD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등 대학과 해양 관련 기관 5곳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해양대 관계자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해양 전문 인력 양성과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다 교수, 연구진, 기자재, 시설, 실습선 등을 공동 활용해 시너지 효과가 굉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목포해양대 동문과 주민들은 한국해양대 중심의 통합안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또 부산지역 대학들도 신중론을 펴고 있어 향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유동적이다. 부산지역 대학인 부산대와 부경대 측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학 간 통폐합은 인정하지만 재정지원 방안 마련과 구성원 간 더 많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지역에서 못 나간다”, 지역민 반대에 난항=제주지역에서는 4년제 대학인 탐라대학교와 전문대인 제주산업정보대학의 통폐합이 사실상 성사단계에 도달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두 대학의 통폐합은 이미 교과부의 승인을 받았고, 곧 4년제 ‘제주국제대학교(Jeju International University)’로 거듭날 예정이다.
제주국제대학교는 기존의 학과를 강화하고 작업치료학과(재활학과)를 신설해 실용적인 종합대학으로 자리 잡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탐라대가 세워진 서귀포시와 지역 주민들이 탐라대 부지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서귀포시 상공회의소와 관광협의회·이장협의회 등 사회단체들은 탐라대 부지 매각 저지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 교과부를 항의 방문하는 등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창후 서귀포시장 역시 “탐라대 부지는 하원마을 공동목장으로 주민의 삶의 터전이었으나 생업인 축산을 포기하면서까지 시중가보다 헐값에 매각해 학교를 유치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뜻이 맞지 않다”, 의견조율 실패로 무산=충남대·공주대·공주교대 등 대전·충남지역 국립대 3곳은 대학 간 의견조율 실패로 통합이 무산됐다.
대학 총장들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통합을 결의했으나 끝내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이후 충남대와 공주교대, 공주대와 공주교대 등 2가지 통합안이 시도됐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결국 3개 대학 총장 및 처장급으로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달 말 통합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당초 3개 대학 기획처장들은 표결을 통해서라도 통합안을 도출해 내고자 했으나 캠퍼스별 특성화에 따른 단과대 재배치 문제에 막혀 대학교명, 본부 위치, 통합대학 리더십 등의 현안에 대해선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공주교대와 충남대는 당초 약속대로 표결 시도를 주장했으나 공주대 측이 단과대 재배치 문제는 단일화된 안을 마련하지 못해 표결로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며 거부해 결국 파국을 맞게 됐다. 이로써 세종시 융복합캠퍼스를 확보하고 서울대에 버금가는 충청권 국립대 탄생을 기대했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공주교대 관계자는 “2시간여 동안 찬반토론을 펼쳤는데 현 총장 임기 내에 추진한다는 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새 총장이 선출되는 내년 초에나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