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경쟁 수도권 486 VS 호남 중진

입력 2011-07-05 21:33

한나라당이 7·4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 구성을 완료하자, 오는 11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에서 당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그동안 조심스럽게 여론을 살피던 자세에서 벗어나 최근 전국을 돌며 본격적인 ‘세(勢)불리기’에 들어갔다. 이들은 여당의 전대 결과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우호적인 선거 구도를 짜는 데 골몰하고 있다.

출마를 결심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당권 주자들은 크게 호남 중진과 수도권 486그룹으로 나뉜다. 호남 중진 그룹에는 박지원·이강래 의원, 박주선 최고위원 등이 포진해 있다.

수도권 486그룹은 좀 더 복잡하다. 손학규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의원, 비주류모임 ‘민주희망 2012’ 소속의 이종걸·문학진 의원, 당내 진보세력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최고위원, 수도권 재선인 최재성·백원우 의원 등이 준비 중이다.

여성으로는 박영선 정책위의장, 추미애 의원, 조배숙 최고의원 등이 거론된다.

일부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각 지역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당원교육 등에 강사로 참석하는 특강정치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대구와 부산, 경기도를 다녀왔고, 7일에는 광주시의회가 초청한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5일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엄중한 시기이기 때문에 박 의원과 같은 노련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당내에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7일 지지조직인 동북아위원회의 광주광역시 국제회의에 이어 9월쯤 대규모 조직을 발족할 예정이다. 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호남은 물론 강원·경기·영남권을 두루 돌며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며 “호남의 강력한 기반을 갖춘 인물이 당 대표가 돼 총선·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반면 수도권 486그룹은 변화와 개혁을 내세우며 밑바닥 당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서 수도권 출신 및 40대가 전진 배치된 점은 민주당의 전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김부겸·이종걸 의원 등이 움직이고 있다. 김 의원은 ‘김부겸의 프러포즈’라는 이름으로 이달 초 전국 순회 방문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21일 준비 조직을 띄울 예정이다. 이 의원도 두 달 전부터 당내 비주류 세력을 결집하며 전국적인 조직 정비에 열중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당이 40∼50대 리더십으로 젊어져야 한다”며 “한나라당보다 더 뚜렷하고, 더 선명한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게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주는 함의”라고 주장했다.

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당 안팎에 포진한 진보개혁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어 변화와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 경우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