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튀는 홍준표 “계파 활동하면 공천 안줄 것”
입력 2011-07-05 21:34
한나라당 홍준표 새 대표가 공식 업무를 시작한 첫날부터 ‘공천 배제’까지 언급하며 계파 해체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큰 틀에서 공감을 표하면서도 홍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신경전을 벌였다.
홍 대표는 5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직전 최고위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계파 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계파 해체는) 국민이 바라는 일이며 이를 발 빠르게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홍 대표의 계파 발언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슈가 됐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새 지도부가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이를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했고, 나경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계파가 엷어졌다는 평가와 짙어졌다는 평가가 교차한다”며 홍 대표에게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의 결집으로 전당대회에서 2위를 한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을 민주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말했고, 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최고위원도 “민주적인 당 운영이 되도록 철저히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에둘러 반발했다.
특히 유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계파 해체는 당 지도부가 하자고 해서 인위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친이·친박을 떠나 공정하게 공천을 해야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 대표는 이에 “계파 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며 “그 말(공천 배제 발언)은 없던 일로 생각해도 된다”고 수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 정책 추진을 놓고도 당 지도부는 온도차를 보였다. 홍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온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여당은 정부와 조율해야 한다. 당청 충돌은 공멸”이라며 “정책 충돌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우여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는 서민과 중소상인, 골목마다 쌓인 민생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남 최고위원은 “전대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경제정책 노선 변화는 불가피하다. 정부와 청와대를 당이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홍 대표는 이르면 6일 당직 인선을 단행하며 당을 ‘홍준표 체제’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계파 색이 옅은 인사들을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최고위원회의가 수도권 위주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 지방을 배려할 가능성이 높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호남 몫의 정용화 전 광주시장 후보와 충청권의 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이 거론된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에는 ‘수도권 총선 대책’ 차원에서 권영세, 박진 의원이 적임자라는 의견도 있지만,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대구 출신의 주호영 의원과 원내대변인으로 활동했던 경남 김해의 김정권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대변인으로는 울산의 김기현 의원과 초선 비례대표 정옥임 의원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대표 비서실장에는 홍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범래, 조문환, 이종혁 의원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