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차기 지도자 노리는 두 정치인 다른 행보
입력 2011-07-05 21:27
보시라이 “홍색 바람 일으켜라”
왕양 “농민공 마음 잡아라”
“마오쩌둥(毛澤東)의 오리지널 홍색(紅色) 바람을 일으켜라.”(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 등 소외받는 인민의 마음을 잡아라.”(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
내년 10월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에서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는 두 정치인의 현실인식과 접근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보 서기는 2년 전부터 노골적인 ‘홍색 캠페인’으로 여론의 관심을 유도하면서 세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전후해 중국 전역에 홍색 바람이 불면서 그는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향후 4년 안에 충칭시내 128만여㎡ 부지에 4000억원을 들여 ‘홍색 테마파크’를 조성키로 한 것도 보 서기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투자회사가 추진 중인 이 테마파크에는 징강산(井岡山), 옌안(延安), 시바이포(西栢坡) 등 ‘혁명 성지’의 주요 건물 모습이 1대 1 크기로 재현된 ‘홍색 성지(聖地)원’이 건설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왕 서기는 바짝 엎드린 자세로 농민공 등 인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달 차오저우(潮州)에서 발생한 대규모 농민공 반정부 시위 등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왕 서기는 최근 인민망(人民網) 주관으로 열린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광둥성이 과거 수십년간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농민공들에게 ‘사회적 빚’을 졌다”면서 농민공을 위한 획기적인 생활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9일 창당 9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성 간부들에게 “인민 대중의 목소리가 화려한 꽃과 박수소리에 묻혀서는 안 된다”며 “인민 대중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정치 전문가들은 왕 서기와 보 서기가 각각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과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및 고위 간부의 자제들)을 대신해 차기 권력을 놓고 치열한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 서기는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함께 태자당을 대표하고 있다. 왕 서기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 출신으로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와 함께 공청단의 간판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