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가면 답답하다는데, 문화목회 통해 ‘행복센터’로 만들라… 예장 통합 문화목회 세미나

입력 2011-07-05 18:04


목회자 80여명이 정면을 주시하는 가운데 가수 서태지의 콘서트 영상이 뜬다. 그의 공연에 울고 환호하는 청소년들 모습에 뒤따르는 한 여고생의 인터뷰. “교회는 답답해요. 친구들에게 교회 가자고 하면 비웃어요. 교회가 우리 마음을, 어떻게 생활하고 왜 힘들어하는지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어지는 강사의 “문화는 결국 소통”이라는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문화법인이 5일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개최한 ‘2011 문화목회 세미나’ 현장이다. 문화목회를 위한 실제적 방법을 소개하는 자리지만 모든 강의에는 ‘소통’과 ‘공감’에 대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주제어 역시 ‘커넥팅 앤드 셰어링(연결과 나눔)’이다.

위의 영상을 보여준 이 교회 서정오 목사는 교회가 펼쳐 온 문화 사역들을 소개했다. 월드비전과 함께 물병 성탄트리를 세우고 그 수익금으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는 ‘원더풀 워터풀 크리스마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하는 부활절 문화축제, 소극장 ‘엘림’ 운영, 교회카페 ‘에쯔’에서의 연주회와 전시회 개최 등이다. 서 목사는 지역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 사역들을 개발해 온 과정을 전하며 “교회는 하나님이 본래 주신 행복을 찾아 주는 ‘행복 분실물센터’가 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주중에는 교회당을 카페로 운영하는 소일교회 최은호(안양대 겸임교수) 목사는 교회 카페 운영에 직접 참고할 만한 조언을 전했다. 먼저 카페에 채울 문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지역사회 안의 문화예술단체, 초·중·고교, 관공서 등과 관계를 맺으라는 것이다. 또 세대·계층 간 문화 격차에 다리를 놓는 행사를 기획할 것, 이주노동자 노인 저소득층 새터민들에게 우선 일자리를 제공할 것,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고 기부에 동참하는 기회를 줄 것 등의 아이디어를 전했다.

성경 에스겔서를 ‘디지털 문화의 원조’라고 설명한 한일장신대 구약학과 이종록 교수의 강의도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에스겔이 하나님의 말씀을 ‘두루마리’로 보여준 것은 디지털 기술이 주력하는 ‘이미지화’로 설명할 수 있고, 도보 120일 거리를 날아 예루살렘을 다녀 온 것은 디지털 기술로 먼 거리의 일을 처리하는 것, 40장에서 가상공간에 들어간 것은 ‘시뮬레이션’ 기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에스겔이 디지털적 요소로 생생히 지적한 것은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부패와 범죄였고 궁극적으로 보이려 한 것은 ‘하나님이 이루시는 나라’였다면서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맹목적으로 디지털에 몰입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바로 이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