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기 관리, 병사 관리 이래서는 안된다

입력 2011-07-05 17:34

해병대의 강화도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동사건의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다. 동료 전우들에게 총을 쏜 김모 상병의 범행 동기는 ‘기수 열외, 왕따’ 등으로 전해졌지만 그 외에 몇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군의 허술한 총기 관리와 관심대상으로 분류된 병사 관리다.

조사본부에 따르면 우선 총기 관리 실태가 허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기 보관함의 상하 열쇠는 2명이 분리해 보관해야 하는데 1명이 관리했다. 또 상황부사관과 상황병은 열린 총기 보관함을 그대로 놓아둔 채 상황실을 한꺼번에 비웠다. 그럼으로써 김 상병이 총기와 탄약을 훔쳐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05년 일어난 경기도 연천 육군 GP 난사사건 때도 범인 김모 일병은 총기고가 아니라 누구라도 집어갈 수 있도록 내무반에 보관해둔 동료의 소총을 절취해 범행을 저질렀다. 허술한 총기 관리가 고스란히 반복된 셈이다. 총기는 병사의 생명이다. 비단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그런 관점에서 군은 총기 관리에 추호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병사 관리도 문제다. 김 상병은 정신병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지만 소초장 모 중위는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불안, 성격장애 등이 확인돼 부대 전입 후 특별관리대상으로 관리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병력이 없더라도 정신병적 이상징후가 있다면 당연히 전문가의 진찰을 받게 해야 함에도 어떻게 아무런 조치가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김 상병은 사건 당일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사본부는 밝혔다. 아무 때나 병사가 멋대로 술을 마신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부대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권혁 이병이다. 권 이병은 총상을 입어가면서도 목숨을 걸고 김 상병을 저지해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 군인정신의 개가다. 하지만 병사들 중에는 이런저런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총기 및 병사 개인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조금의 빈틈도 없는 총기·병사·부대관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