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석 안 해도 ‘A ’주는 대학이 있으니

입력 2011-07-05 17:38

등록금 인하와 구조조정을 위한 정부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달 초 출범한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어제 첫 회의를 열고 대상학교 선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내일부터 대학들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간다. 대학들의 저항도 만만찮다. 감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 자체로 치명상을 입는다. 감사원이 당초 1차 선별한 20여 대학을 대상으로 예비감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가 일정을 늦춘 것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결과를 보면 대학이 이런 반발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대학 스스로 규제를 자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회계처리의 미숙함은 그렇다 쳐도 대학의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는 학사운영 및 입시관리마저 엉망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공립대가 4곳이나 포함돼 충격이 더하다.

한 사립대학은 특정 학과를 없애는 과정에서 수시모집에 붙은 2명을 임의로 다른 과의 합격자로 처리해 해당 학과의 예비합격자를 탈락시켰다. 전문계고 특별전형을 한다면서 일반고와 특목고, 학력인정학교 등 비전문계고 출신을 21명이나 뽑은 대학도 있다.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자격에 미달한 학생 5명의 지원도 허가했다.

학사운영은 더욱 가관이다. 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이 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출석으로 처리해 A플러스를 줬다. 강의시간의 4분의 3 이상을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평가대상에서 제외되는데도 좋은 학점을 매겼다. 계절학기에 강의를 하지 않고 과제평가만으로 학점을 준 대학도 있다. 한 국립대는 교수 38명이 이런 식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하니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다.

대학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학생 모집과 재학생수 유지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책에서 기인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 스스로 비리나 탈법을 눈감아주거나 처벌을 해도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다. 실제로 학사행정을 부실하게 운영한 보직교수들이 적발되어도 경고나 주의 처분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대학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나. 대학이 자정능력을 잃었으니 타율에 의한 개혁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