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송주명] 일본정치, 原電 포기로 갈 것인가
입력 2011-07-05 17:37
지난달 28일 장장 여섯 시간에 걸쳐 후쿠시마 원전 폭발 ‘주역’인 도쿄전력의 주주총회가 세간의 관심 속에 열렸다. 가쓰마타 쓰네히사 회장 등 임원진은 “작금의 사태를 야기해 죄송하지만, 법령에 정해진 안전운영에 따랐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은 국가전략산업인 원자력발전을 사기업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국책민영(國策民營)’ 포기와 원전(原電) 포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대다수가 경영진 영향력 아래 있었지만 주주들의 10% 정도가 원전과 민영체제를 반대하고 나선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다.
이는 원전 포기 담론이 일본사회 저변에서 강렬하게 분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조업 성장을 위해 과장되어온 원자력 안전신화가 처참하게 붕괴됐지만 에너지와 산업체제,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간환경주의’는 아직 지배적 패러다임이 되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의존을 끝내고 새로운 에너지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원전 탈피론은 지금 일본정치와 권력투쟁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원전 정책 둘러싼 권력투쟁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야당과 민주당 내부의 퇴진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연에너지법안을 중심으로 원전 재검토 정책을 쟁점화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정치기반을 만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총리를 뒷받침이나 하듯 내각관방은 발전과 송배전을 분리하고, 원자력을 국유화해 도쿄전력을 분해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등 야당, 그리고 민주당과 정부 내 원전옹호파는 원전 포기 담론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간 총리 퇴진을 압박하고 있다.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를 비롯한 야당세력은 정부와의 협조를 일체 거부한 채 원전 재검토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총리직 도전을 선언한 민주당 보수파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도 “총리는 조기에 퇴진하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러한 투쟁구도에서 간 총리가 ‘원전 포기’ 혹은 ‘원전 재검토’를 내세워 권력을 연장하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술수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 자신의 리더십이 시대에 맞는 철학적 일관성도, 전략적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권력투쟁이 미래사회 방향을 둘러싼 패러다임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시적인 정치적 후퇴는 있을지라도, 일본사회의 원전 포기 담론은 사회의 불가역적인 경향이고 사회발전의 기본 틀, 즉 ‘프레임(frame)’이 되고 있다. 도쿄대의 모기 겐토(茂木源人) 교수는 2050년까지 일본에서 태양광발전이 원자력을 모두 대체해도 경제 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사회에도 큰 경종
이 가운데 원전 포기를 일본사회의 기본 프레임으로 앞서서 받아들이는 젊은 정치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42세의 하시모토 도루(橋本徹) 오사카부(府) 지사는 그 대표적 정치인이다. 그의 과감한 실험은 ‘정치의 중심’인 도쿄가 아니라, ‘변방’ 오사카에서 시작되고 있다. 간사이전력에 명시적으로 원전 포기를 요구하고 대안으로 ‘메가 솔라’라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도입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메가 솔라 제창자인 손정의와 본격적인 협조에 돌입했다. 하시모토-손정의 ‘원전포기동맹’이 인간환경주의의 정치적 상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보수적이고 돌출적 행동으로 잘 알려진 하시모토의 ‘자기부정’은 원전 포기가 얼마나 긴요하고 중요한 문제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원전 포기가 일본만의 문제일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실패를 거울삼아 그 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혜다. 원자력 맹신은 인간생명의 안전한 존립과 공존할 수 없다. 원전 포기 담론은 핵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사회에도 가장 큰 경종이 될 수밖에 없다.
송주명 한신대 일본지역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