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방청해보니… 평가단 신청 30만건, PD “가수 감정잡게 쉿!” 당부도
입력 2011-07-05 21:17
브라운관에서 전해지는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의 감동은 실제 경연 현장에서도 유효할까. 수준급 공연을 보여준다는 제작진의 선전은 과연 사실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4일 ‘나가수’ 4라운드 1차 경연이 열린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MBC 일산드림센터를 찾았다. 공연은 오후 8시로 예정됐지만 방송국 주변은 녹화 시작 2시간여 전부터 ‘나가수’ 청중평가단에 ‘당첨’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10대’ ‘20대’와 같은 세대별로 구분된 명찰을 창구에서 받아 가슴에 달고 있었다.
이날까지 ‘나가수’ 홈페이지에 접수된 청중평가단 신청 건수는 무려 30여만건.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입장권을 거머쥔 만큼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박모(16)군은 “보고 싶던 공연을 보게 돼 꿈만 같다”고 했다. 로비에서는 기념사진을 찍는 중년 관객도 볼 수 있었다.
오후 7시15분쯤 입장이 시작됐고, 8시를 조금 넘어서자 ‘나가수’ 신정수 PD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신 PD는 “충격적이고 감동적인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가수들이 마이크 앞에 서면 감정을 잡기 위해 5∼6초 정도 가만히 있는데 이땐 조용히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출연 가수들) 몸값이 비싸 오늘 공연을 행사로 따지면 2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농담도 던졌다.
이후 한 시간여 동안 이어진 공연은 기대만큼 괜찮았다. 음향은 여타 음악 프로그램은 상상도 못할 제작비를 투여한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깔끔한 느낌을 줬다. 가수들의 땀과 열정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날 경연 주제는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은 노래’. 가수들은 주제에 맞게 평소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한 모습을 선보였다. 장혜진과 김범수는 각각 아이돌 그룹 카라와 씨엔블루의 ‘미스터’와 ‘외톨이야’를 열창했다. 옥주현은 핑클 활동 당시 동료였던 이효리의 ‘유고걸’을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에 실어 노래했다. 박정현은 춤을 추며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불러 관객들을 홀렸고 YB는 ‘빗속에서’, 조관우는 ‘남행열차’를 불러 갈채를 이끌어냈다. 새로 합류한 김조한은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화려하게 소화했다.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한 가수의 무대가 끝나고 다음 가수가 노래를 시작하기까지 대략 4∼5분이 걸렸는데, 그럴 때마다 진행자인 윤도현은 관객과 대화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범수의 팬이라고 밝힌 한 여성에겐 영상 프러포즈 기회도 줬다.
하지만 ‘나가수’ 공연을 일반적인 콘서트 무대로 생각하고 공연장을 찾는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 보였다. ‘공연 관람’이 아니라 ‘방청’이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연장 곳곳엔 관객의 표정을 잡기 위한 카메라가 배치돼 있다. 무대엔 계속해서 카메라맨이 오가고, 조명은 객석까지 환하게 밝힌다. ‘예민한’ 관객이라면 온전히 노래에만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양=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