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구단’ 엔씨소프트 1차 트라이아웃 엇갈린 희비
입력 2011-07-05 17:32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 추진한 가장 큰 이유는 프로야구의 판을 키워 더 많은 선수에게 꿈을 키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엔씨소프트 다이노스가 선정됐다.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실시된 엔씨소프트의 1차 공개 선수 선발(트라이아웃)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54명의 청춘이 프로무대를 밟는다는 꿈을 펼치기 위해 몰려들었다.
#“세 번째 기회, 이제는….”
트라이아웃에서는 다양한 프로구단의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채 테스트를 받는 선수가 많았다. 넥센 모자를 쓴 김진성(26)도 그중 한 명이었다. 김진성은 185㎝에 87㎏으로 좋은 체격을 지닌 정통파 우완투수로 2004년 SK에 2차 6번으로 입단했다. SK ‘소년장사’ 최정과 입단 동기다. 하지만 성남서고 재학 중 다쳤던 팔꿈치가 문제였다. 프로에 와서 재활을 해도 몸에 밸런스가 맞지 않아 2군을 전전한 끝에 지난해 넥센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넥센 2군에서도 올 시즌 김진성은 1승에 방어율 10.38이라는 수준 이하의 피칭을 선보였다. 결국 지난달 7일, 생일을 불과 5일 앞두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김진성은 “방출됐을 때 서운한 감도 있었지만 프로는 냉정하다는 말을 실감했다”면서 “내 실력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야구 빼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방출된 후 줄곧 집 근처인 서울 성남고에서 밤낮으로 연습을 했다. 김진성은 아직 젊기에 프로의 꿈을 키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테스트 받는 느낌을 물었다. 그는 “다행히 올 3월부터 몸의 밸런스가 다시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번 트라이아웃에서도 직구의 최고 시속이 147㎞까지 나왔다”고 자랑했다. 다만 긴장을 했는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 실력을 전부 못 보여준 것 같아 초조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성은 같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꼭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는 내가 방출된 것을 모른다. 아직 넥센에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진성은 프로구단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트라이아웃 테스트를 보는 것도 감사하다고 했다. 김진성은 “SK 갔다가 넥센 갔다가 이번이 세 번째다. 삼세번이다.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행히 김진성은 인터뷰 후인 지난 2일 1차 합격자 14명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9월 6일 열리는 2차 트라이아웃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11월 마지막 테스트에 최종 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로 올라간 그는 지난 월요일부터 또다시 성남고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야구”라며 “다시 프로무대에 들어간다면 이때까지 쏟아붓지 못했던 야구 열정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다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국 땅에서 야구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트라이아웃에는 일본 유명 프로야구 구단인 야쿠르트 스왈로스 유니폼을 입고 테스트를 받는 선수도 눈에 띄었다. 이름은 강병수(27), 일본 이름으로 오하라 헤이슈(大原秉秀)였다.
강병수는 재일교포 3세 출신으로 야쿠르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02년 5번째로 지명돼 계약금 4800만엔(약 6억3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을 정도로 입단 당시에는 팀으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역시 부상이 문제였다. 2004년 경기 도중 다른 수비수와 부딪혀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1·2군을 전전하다 결국 2008년 야쿠르트에서 방출됐다. 일본에서 새 팀을 찾았지만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강병수는 2009년 한국으로 건너와 한화에 입단했다. 그러나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더 주려는 한화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결국 1년 만에 또다시 방출되는 신세가 됐다. 그래도 한화에 있을 때 동료들과는 잘 지냈다고 했다. 이번 트라이아웃도 일본에 있는데 동갑내기인 정현석(현 경찰청)이 전화를 걸어 소식을 알려줘 지난달 26일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강병수는 한국에서 야구하려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고국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강병수는 “운이 없었다. 그래도 아직 야구가 하고 싶다. 할아버지가 제주도에 계시다.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강병수를 국내 무대에서 보는 것은 힘들 듯하다. 강병수는 1차 트라이아웃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강병수는 제주도에 가서 할아버지를 뵙고 난 후 일본에 돌아간다고 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다.
창원=글·사진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