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천천히 걷는다 곤충과 새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입력 2011-07-05 17:27
뚝...뚝...뚝...장맛비가 잠시 멈춘 사이 풀잎들이 머금었던 빗방울을 털어낸다. 빗방울을 피해 이리저리 곤충들이 움직이고, 그 곤충을 유심히 살피며 거미가 사냥준비를 한다. 도심 속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북한산 둘레길이다.
바쁜 일상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 쉬고 싶어진다. 둘레길은 이런 우리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전문장비나 복장도 필요 없다. 물론 등산화나 워킹화가 없어도 된다. 강한 체력이나 정신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여유로운 마음 하나면 둘레길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총 길이 70km에 이르는 북한산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주변으로 연결된 길이다. 숲길인가 싶으면 어느새 마을길이 나오고, 마을길을 지나면 흙길이 펼쳐진다. 흙길에선 잠시 신발을 벗어 보자. 처음엔 약간 어색하지만 몇 걸음 내딛다 보면 부드러운 흙의 느낌이 발끝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기분을 느낀 후 다시 신발을 신으면 오히려 신발은 무겁고 거추장스럽다.
잠시 걷는 것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자동차 경적소리 대신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으면 산들바람이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더위가 가시자 꽃내음, 솔내음, 풀내음이 가만히 코를 간질인다. 은은한 자연의 향을 음미하며 마시는 한바가지 약수는 그 어떤 청량음료보다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최근 ‘걷기’열풍은 웰빙의 유행을 타고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나 몸매 교정 등을 위해 걷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둘레길에선 걷기 자체에 몰두하기 보단 주변을 돌아보며 휴식을 취해보자. 주변 탐방객들은 누가 빨리 걸을 것인가 다투는 경쟁자들이 아니다.
난개발의 대명사인 서울.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져 버린 도시. 그 도시에 둘레길은 희망의 싹이다. 서울도 자연을 품을 수 있고, 인간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둘레길은 전하고 있다.
사진·글=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