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빈소 유가족 표정…개그맨 임혁필 “내가 권해서 해병대 지원했는데”

입력 2011-07-05 00:50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는 유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50분쯤 병원에 도착한 박치현(21) 상병의 어머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렸다. 박 상병은 이날 총상을 입은 뒤 헬기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고 이승렬(20) 상병의 고종사촌 개그맨 임혁필(39)씨는 “저 하나 보고 해병대에 들어갔는데…. 그때 가지 말라고 할 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해병대 708기인 임씨는 이날 오후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승렬이는 막내 고모의 외아들”이라며 “해병대에 들어갈 때 나한테 많이 물어봐 멋진 곳이라고 말해줬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 “지금까지 승렬이 면회 한번 가지 못해 지난달 가족들과 함께 모여 면회를 가려고 했는데 제 스케줄 때문에 가지 못했었다”며 후회했다.

그는 “해병대는 다른 곳과 달리 소신이 있어야 지원하고 갈 수 있는 곳인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해병대 선배이자 친척 형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상병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태권도를 해왔고 지방대학 경호학과를 다니다 해병대에 입대했다며 항상 밝은 성격에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가는 꿈을 가졌던 건강한 청년이었다고 임씨는 전했다.

지난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때 연예인 해병대 선후배들과 국군수도병원을 찾았었다는 임씨는 유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씨는 이날 오후 5시30분 부인에게서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라디오 방송 출연 일정을 취소한 뒤 국군수도병원을 찾았다.

다른 유족들은 강화도 부대를 방문해 총기사고 현장에서 숨진 시신을 확인한 뒤 국군수도병원으로 이동했다.

해병대사령부는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합동 빈소를 마련하고 조문을 받는 방안을 유족과 논의하고 있다.

강화·성남=전웅빈 이선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