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홍준표 체제로] 친이 지리멸렬로 원희룡 추락… 친박 유승민은 떴다
입력 2011-07-05 02:22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의 최대 이변은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의 2위 부상과 친이명박계 주류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최고의원의 4위권 추락으로 압축된다. 한 수도권 의원은 “친박계는 똘똘 뭉쳐 그 힘을 보여준 반면, 친이계는 제대로 오더(지시)를 내리지도, 그게 현장에서 먹히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시종일관 지리멸렬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 권력추가 ‘미래권력’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친박계가 당내 신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친이계는 쇠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유승민의 비상(飛上)=친박계 유일 후보로 나온 유 최고위원은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2위를 차지했다. 낮은 인지도와 4년간 사실상 중앙정치에서 떠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 만한 결과다. 같은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2등은 예상치도 못했다”며 “당과 국민들이 미래지향적 투표를 한 것으로, 이들이 얼마나 박 전 대표를 갈망했는지가 드러났다”고 했다. 실제로 유 최고위원의 힘은 대의원 투표를 포함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친박계 조직표를 모두 흡수한 그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홍준표 새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선거인단 표만 놓고 보면 1위인 홍 대표와 불과 1791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는 9.5%를 얻어 환산득표수 4638표로 5위에 그쳤지만 이를 선거인단 표로 뒤집은 것이다.
진정한 보수는 민생을 외면하지 않는다며 민생과 복지를 강조한 그의 ‘좌클릭’ 행보에도 불구하고 진짜 박 전 대표를 지켜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구호가 유효하게 먹혔다는 평가다. 그는 전대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남 5개 광역단체 쪽 선거인단 투표율이 높았기 때문에 거기에서 표가 많이 오지 않았나 싶고,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대의원들도 저에게 표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구·경북(TK) 의원들이 각종 당직 선거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TK 당직 도전 잔혹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TK 표심 덕이 컸다는 얘기다.
◇원희룡의 몰락(沒落)=총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치고 40대 대표론을 앞세워 당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한나라당 ‘소장파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그는 친이계, 이른바 구주류의 지지를 받으면서 “변절했다” “배신자의 길을 간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나를 친이계 후보로 규정지으려는 구태정치”라는 항변도 소용없었다. 선거 막판에는 오히려 친이계 후보임을 앞세워 친이·친박계 화합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투표함 뚜껑을 연 결과, 그를 밀겠다던 친이계의 표 결집은 없었다. 그는 현장 대의원 투표를 포함한 선거인단 투표에서 2만2507표를 얻어 3위에 그쳤다. 친이계 대표 주자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원 최고위원을 통해 세력 회복을 노렸던 친이계의 표는 나 최고위원 쪽으로 돌아서거나, 대세론을 앞세운 홍 대표에게로 뿔뿔이 흩어졌다.
당내에서는 늘 유력 주자군으로 꼽혔지만 홍 대표나, 나 최고위원과 같은 대중성을 갖추지 못해 여론조사에서도 3위에 머물렀다. 한 친이계 초선 의원은 “4등을 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친이 주류의 후보라고 나왔지만 당원들에게는 과거 ‘남·원·정’ 소장파의 이미지가 더 커서 신뢰를 주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친이계도 타격을 입었지만, 그보다 ‘정치인 원희룡’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