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해병대 총기난사] 19세 권혁 이병 몸날린 희생정신… 더 큰 禍 막았다

입력 2011-07-05 01:21


4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 해병대 2사단 8연대 1대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권혁(19) 이병의 몸을 아끼지 않은 희생정신으로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병이 잠시 입원했던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뉴고려병원 등에 따르면 김민찬(19) 상병이 총을 쏴 4명의 병사가 숨진 순간 권 이병은 총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 김 상병이 들고 있던 총기의 총부리를 잡고 김 상병을 문밖으로 밀쳐낸 뒤 안에서 문을 잠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권 이병은 오른쪽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에 총알 2발을 맞았다. 다행히 사타구니 쪽에 10㎝가량 상처가 났을 뿐 뼈는 상하지 않았다. 왼쪽 손등에도 X선 검사 결과 총알이 지나간 흔적이 있었으나 큰 상처는 아니었다.

권 이병을 치료한 이 병원 일반외과 유지상 과장은 “권 이병이 의연했다”며 “총부리를 잡고 김 상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수포가 생기고 총알 3발을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권 이병은 낮 12시30분쯤 강화소방서 길상구급대 차량을 타고 출발, 이날 오후 1시10분쯤 이 병원에 도착한 뒤 응급조치를 받았다. 이어 오후 2시10분쯤 군부대 응급차량을 타고 병원을 빠져나가 인근 헬기장에서 헬기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

총기를 발사한 김 상병은 이날 낮 12시20분쯤 강화소방서 내가구급대 차량으로 김포 우리병원으로 이송돼 오후 1시15분부터 3시20분까지 치료를 받았다. 산소가 부족해 혼절한 상태였으며 양쪽 관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병원 신경외과 박기철 과장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산소 농도가 떨어져 있었으나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응급조치 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오후 6시쯤 다시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건 당시 병사들은 오전 근무를 마친 뒤 점심시간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기 난사 사고로 사망한 권승혁 일병의 사촌형 권욱(30)씨에 따르면 김 상병이 근무조가 아닌 상황에서 K-2 소총을 발사했고 승혁이가 가장 먼저 복부를 포함, 상반신에 3발을 맞고 나서 박치현(21) 상병, 이승렬(20) 상병, 그리고 이승훈(25) 하사가 총소리를 듣고 상황실에서 뛰어나오다 차례로 맞았다는 것이다.

김 상병의 소총 난사로 현장에서 2명이 숨졌으며 1명은 현장에서 급히 출동한 의무요원의 응급조치를 받던 중 사망했다. 부상이 심했던 박치현(21) 상병은 강화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고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던 중 사망했다.

사고 이후 부대 근처는 긴장감이 가득했고 부대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군은 사고 직후 부대를 전면 통제했다.

인근 주민들은 총기사고 당시의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부대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오전 11시40분쯤 ‘땅’ 하는 총소리가 1초 간격으로 2발 들렸다”며 “10여초 후 다시 2발의 총소리가 난 뒤 마지막 단발 총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총소리가 끝난 뒤 1~2분쯤 후에 작은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김포·강화=정창교 전웅빈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