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할인 제한… 은행 돈 빌리기 힘들어진다
입력 2011-07-04 18:23
가계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지점장 책임 아래 금리를 깎아주던 전결 금리제도를 제한하고, 가계 부채에 한해서는 전결권도 대폭 축소키로 했다. 금융당국이 지점 평가에서 가계 대출 실적을 제외토록 주문하면서 은행 지점들 역시 가계 대출에 큰 매력을 못 느끼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가계 대출의 외형불리기보다는 우량 대출 위주로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동안 지점장 또는 지역본부장에게 전결권을 부여해왔다. 기본금리에 업무원가율, 목표이익률 등을 더한 대출금리에서 지점장·지역본부장이 일정 비율을 할인해주도록 하는 게 전결금리 제도다. 지점장은 통상 1% 포인트 내외의 권한을 갖지만 지역본부장급은 특수한 경우 손해를 보는 ‘역(逆)마진’ 금리나 이익이 없는 ‘노(No) 마진’ 금리로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종합대책에 발맞춰 이에 대한 수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지점장들의 전결권을 대폭 확대키로 결정했던 우리은행은 종합대책 발표 이후 가계 대출에 대해서만은 본부승인을 받도록 지난 1일 지점장의 전결권을 제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계 부채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를 감안해 가계 부채는 지점장 전결권을 현재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대 0.5% 포인트의 전결권을 지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전결 금리는 신용카드 소지 고객 등 일부 우대항목 대상자에게 적용되지만 일정 비율 지점장 재량이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에게 0.4∼0.6% 포인트의 전결권을 부여했던 기업은행도 지난 5월 23일부터 전결권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정, 시행 중이다. 개인 고객이 적은 기업은행은 그동안 마케팅 비용 차원에서 타 은행에 비해 유연하게 전결권을 운영해왔었다. 기업은행은 5개의 금리 우대항목을 각 지점에 통보, 전결권 사용 시 참고토록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600개 점포의 상황이 다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면서 “다만 국책은행으로서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미리부터 준비해왔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역시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최대 2% 포인트까지 지점장 재량으로 깎아줄 수 있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은 지점장 전결권을 없애고 공과금 자동이체, 교차상품 구입 등의 일률적인 항목을 정해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 설치된 가계 부채 대책 실무TF의 결론이 나오는 대로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점 평가 항목에서 가계 대출 부분을 삭제토록 하면 사실상 지점 영업시스템 자체가 큰 틀에서 변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가계 대출 확대 경쟁보다는 우량한 대출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