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장이 ‘제갈량 출사표’ 인용한 까닭… 총·대선 앞두고 정치권 요구 차단 분석
입력 2011-07-04 18:23
“이번 예산 편성엔 특히나 요구가 많을 겁니다. 제갈량이 출사표 던졌듯 예산편성에 임해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 김동연 예산실장이 예산실 산하 국장들과 함께 각 과 사무실을 일일이 방문해 담당자들에게 당부한 얘기다. 4일 본격적으로 시작된 내년도 예산편성 심의를 앞두고 예산 편성에 임하는 자세와 의지를 천명한 것.
김 실장은 특히 내년 총선, 대선 등 정치일정을 앞두고 여느 때보다 포퓰리즘적 정책 예산 요구가 거세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제갈량의 출사표까지 인용했다. 복지예산과에서는 “올해 특별히 고생이 많을 것이다. 여러분이 잘 막아주셔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는 각 부처가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 제기에 편승해 재정전략회의에서 정한 지출한도를 의도적으로 초과하는 예산을 요구하는 경우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실은 예산 편성 심의 시간을 밤 11시까지만 하도록 하고 심의 도중 이뤄지는 식사 시간도 구내식당에서 1시간 정도 내외에서 하는 등의 내부 지침도 마련했다. 또 여성, 노인, 베이비부머 등 취약계층 관련 주요 예산 사업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해당 부처와 함께 정책 고객 만족도 조사를 벌여 예산 편성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 들어 ‘찾아가는 예산실’이라는 기치 하에 부처와의 정책 토론회, 지방을 직접 방문하는 시·도 지방재정협의회 등 새로운 시도를 해오고 있다”면서 “새로운 예산 편성 프로세스가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