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태평양 해저에 900억t”… 육지 매장량보다 800배 많아, 공급 독점 中 영향력 줄어들듯
입력 2011-07-04 18:14
반도체 등 첨단 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稀土類·희귀 금속류)가 태평양 해저에 육지 매장량의 800배 이상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희토류 공급을 독점해 온 중국의 영향력도 상당 부분 줄어들 전망이다.
◇해저 3500∼6000m 진흙층에 매장=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4일 도쿄대학의 가토 야스히로(加藤泰浩)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하와이와 프랑스령 타히티 부근의 약 1100만㎢를 중심으로 한 태평양 해저에 엄청난 양의 희토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토 교수의 연구 결과는 이날 영국 과학전문잡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인터넷판에도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확인된 희토류는 태평양 약 3500∼6000m 해저에 퇴적된 두께 2∼70m 진흙층에 포함돼 있다. 추정 매장량은 900억t으로 육지 매장량 1억1000만t의 약 800배에 달한다.
또 농도는 400∼2230ppm으로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90%를 담당하는 중국 남부 희토류 광산에 필적할 만큼 우수하다.
연구팀은 해저 화산활동으로 방출된 제오라이트(zeolite) 성분이 희토류를 흡착하는 성질에 착안해 과거 태평양 심해저에서 채취한 진흙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78곳의 2000개 샘플 중 하이브리드 자동차 모터에 사용되는 디스프로슘(Dy), 액정 TV에 사용되는 테르븀(Tb), 발광 다이오드에 사용되는 유로퓸(Eu) 등을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술적 문제만 남아=가토 교수는 “심해에서 진흙을 퍼 올리기 위한 기술적 문제가 남아 있지만 진흙에서 희토류 추출은 비교적 간단해 채산성은 충분하다”면서 “이들 진흙층이 공해상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통해 개발하면 중국은 더 이상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이 독점 개발할 수 있는 영해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달리 공해의 자원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규정돼 1994년에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SBA)가 관리한다.
실례로 하와이 인근 심해의 망간단괴의 경우 국제해저기구의 조정 결과, 2000년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개발권이 할당됐다. 다만 공해에서의 금속 자원 개발 사례는 지금까지는 없다.
한편 중국이 지난해부터 희토류를 자원 전쟁의 무기로 활용하면서 세계 각국은 희토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희토류의 양대 수입국인 미국과 일본은 호주, 베트남, 몽골, 브라질 등 해외 희토류 광산의 채광권과 광산 개발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희토류 대체 물질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