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과 화합으로 黨 정체성 회복하길

입력 2011-07-04 18:08

집권 한나라당이 4일 오후 전당대회를 열어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대표로 하는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작년 7·11 전당대회 후 1년여 만에 지도부가 새로 탄생했다. 한나라당은 지금 겉으로는 축제 분위기이지만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제 궤도를 이탈한 뒤 추동력조차 상실한 초라한 모습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최악이다. 지난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획득하고 대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답지 않다.

7·4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새 지도부에 주어진 과제는 참으로 무겁고, 이루어야 할 목표는 한참 멀다.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패배주의로 무기력해진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쇄신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계파로 찢기고 세대로 갈라진 당을 화합으로 묶는 일이 중요하다.

더불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정체성을 찾는 일이다. 한나라당은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한 채 소위 진보 정당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유권자의 표를 구걸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내세우는 정책이나 소속 의원들의 주장을 보면 도대체 여당인지 야당인지 구별이 안 되고, 보수 정당인지 좌파 정당인지조차 헷갈린다. 특히 지난 5월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 뒤 조급하게 당 노선과 정책 기조를 바꾸면서 정책적 진보를 넘어 이념적 좌파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위기가 닥칠수록 원칙을 지키고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더불어 나라 곳간을 거덜내고 후손에게 과도한 짐을 지워줄 것이 분명한 복지 포퓰리즘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단기적으로 당 지지도가 더 추락하고 내년 총선에서 몇 석을 더 잃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100년 정당으로 뿌리내리는 길이다.

무엇보다 새 지도부가 달성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다. 정권 획득은 정당의 존립 목적이고 목표다. 보수이면서 진보로 위장해 유권자 앞에 나서는 한나라당이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쇄신과 화합을 통해 정체성을 되찾고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에 따라 정도를 걸을 때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